“‘어따 대고/ 엇다 대고’ 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인가요.” “뿌쉬낀과 푸시킨, 톨스토이와 똘스또이, 돈 키호테와 돈 끼호테, 모파상과 모빠상 중에서 도대체 어떤 걸 써야 합니까.” 첫번째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국립국어원은 “‘얻다 대고’가 옳은 표기”라며 “‘얻다’는 ‘어디에다’의 준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은 좀 복잡하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상으로는 푸시킨과 톨스토이로 쓰는 게 맞다.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리말 표기원칙과 현지 발음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상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음과 다소 다르더라도 우리의 음운구조에 동화된 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1897년 이봉운의 ‘국문정리’와 1908년 지석영의 ‘아학편’이 외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부호를 제안했으나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1948년 문교부의 ‘들온말 적는 법’도 음성기호 ‘f’를 ‘ㆄ’로 적도록 허용했다. 그러다 1958년 ‘로마자의 한글화표기법’ 이후 몇 번의 수정을 거쳐 1986년부터 지금처럼 쓰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명 여배우 데미 무어를 우리식으로 부르면 못 알아듣고 ‘드미 모어’에 가까운 원음으로 불렀더니 알아보더라는 얘기도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옐친이라고 쓰고 봐리스 니껄라예비치 옐찐이라고 읽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세계문학전집을 내는 출판사 중 열린책들이나 창비 등 대형 출판사들은 이미 뿌쉬낀, 똘스또이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로망스어 계열과 슬라브어 계열의 무성파열음 ‘p’ ‘t’ ‘k’는 ‘ㅃ’ ‘ㄸ’ ‘ㄲ’으로 표기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글의 위상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간다. 문명도 개념어와 함께 발전한다. 프랑스어가 가장 완벽에 가까운 문법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400년 가까운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연구가 있기에 가능했다. 독일도 명사형을 개념어로 정착시키기까지 오랜 연구를 거쳤다.
22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을 맞아 생각한다. ‘위대한 한글’을 만든 우리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걸까. 일제시대에 조선어학회가 훈민정음의 28글자 가운데 ‘ㆆ’ ‘ㅿ’ 등을 버리고 ‘ㅇ’과 ‘ㆁ’을 하나로 합쳐버린 것은 과연 잘한 일인가. 한번 돌아볼 일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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