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TPP보다 '1대1 FTA'에 관심

입력 2013-10-08 17:17   수정 2013-10-09 02:34

TPP 성과 없이 막 내린 APEC 정상회의

오바마 불참에 논의 힘 잃어
중국의 부정적 입장도 한몫




7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는 당초 가장 관심이 높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아무런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TPP를 통해 역내 회원국들과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노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불참해 논의가 힘을 잃은 데다 역내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 등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TPP 협상 참여국이 아닌 인도네시아가 이번 APEC 주최국을 맡는 바람에 공식 의제에서도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8일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일본 등 TPP 협상국 정상들끼리 별도 회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초에는 올해 말까지 TPP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데 합의를 이끌어낼 예정이었으나 결론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동남아 국가들과 무역 규모가 커 TPP 협상이 체결될 경우 수혜국인 일본이 이번 회의 결과에 가장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예상과 달리 이번 회의에서 TPP에 대한 어떤 관심 표명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현지에 와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역내 회원국들끼리도 TPP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 속에 우리가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이미 개별 국가들과 양자 FTA 체결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다자간 FTA 성격인 TPP에 참여를 선언할 경우 관세 혜택을 받는 원산지 규정 등이 달라져 산업 전반에 파급영향이 크다는 부담도 작용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내 여론수렴 절차 없이 현실적으로 TPP 참여 쪽으로 선회하는 게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우리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 개별 FTA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중국 측의 양해없이 TPP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TPP에 대응해 또다른 다자무역체계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향후 TPP가 대세로 굳어질 경우 우리도 불참을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박 대통령이 내린 결론은 미리 보호막을 치자는 것이다. TPP 회원국과도 개별 FTA 체결을 서둘러 나중에 TPP에 참여하더라도 뒤늦게 가입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9일부터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 기간에도 TPP 협상 참여국이자 우리와 FTA 미체결 국가인 브루나이 호주 싱가포르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통해 FTA 협상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언론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한 APEC 회원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PEC 세션2 행사에 참석해서는 “APEC 국가들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려면 APEC 국가들을 물리적으로 연계하는 인프라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PEC 정상들은 다자무역체제와 12월 열리는 제9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지지하고, 2016년까지 신규 보호무역조치 동결 및 기존 보호무역조치 철회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발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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