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입자 힉스' 노벨물리학상, 우주탄생 열쇠…현대 물리학 새 장 열어

입력 2013-10-08 22:36   수정 2013-10-08 22:39

힉스·앙글레르 공동 수상
故이휘소 박사 '힉스' 이름붙여

힉스 "기초과학 인정받았다"
앙글레르 "특별한 상에 행복"




올해 노벨물리학상 영예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Higgs boson) 가설을 만든 영국과 벨기에의 이론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피터 웨어 힉스 영국 에딘버러대 명예교수(84)와 프랑수아 앙글레르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81)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질량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발견한 힉스 메커니즘 이론은 50년이 지난 최근 대규모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며 “우주 생성의 비밀을 푸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힉스입자는 50여년간 가설로만 존재하다 지난해 말 존재가 공식 확인됐다. 물리학계에서는 일찍부터 이들을 올해 유력 노벨물리학상 수상 후보로 꼽았다.

힉스입자는 우주 기원의 비밀을 풀 이론 중 하나다. 137억년 전 우주 빅뱅 상황에서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며 이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핵심 에너지를 제공하고 사라졌다는 게 힉스 메커니즘 가설의 핵심이다.

앙글레르는 먼저 작고한 동료 로베르 브루와 1964년 힉스 메커니즘의 토대가 된 물리학 표준 이론을 제시했고, 비슷한 시기 힉스도 독립적으로 관련 이론을 제시했다. 사망한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브루는 이번 수상에서 제외됐다.

힉스입자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한국인 물리학자인 고(故) 이휘소 박사는 학술회의에서 힉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1972년 이 가설을 처음으로 ‘힉스’라고 불렀다. 그후 미국 학자 레온 레더먼은 우주 탄생 비밀을 밝혀줄 이 입자가 바로 ‘신의 입자’라고 했다.

힉스입자는 자연현상에서 관찰할 수 없었다. 때문에 국제연구진으로 구성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에 길이 27㎞의 거대 강입자가속기(LHC)를 구축하고 초미니 ‘빅뱅’을 일으키는 실험을 거듭해 올해 3월 힉스입자의 존재를 입증했다.

학계에서는 힉스입자 연구 결과가 과거 전자와 원자핵의 발견에 필적하는 성과라며 자연현상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150년 전에 주기율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어디에 활용할지 몰랐다”며 “힉스입자 발견도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만큼 진정한 물리학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힉스 교수는 이날 성명에서 “노벨위원회가 이번에 기초 과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연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앙글레르 교수도 “이런 특별한 상을 받게 돼 매우 행복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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