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아침 7시30분 무렵. 최고급 마이바흐 한 대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 1층에 멈췄다. 곧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이 내렸다. 35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한 그는 42일 만에 출근을 재개했다. 여느 때처럼 이 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고 정오께 금융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오찬회의를 가졌다. 그런 뒤 오후 1시30분께 사옥을 떠났다.
이 회장은 1987년 삼성 회장에 오른 뒤 계속 자택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머물러 한때 외국 언론으로부터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1993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회장이 왔다갔다하면 사장들이 눈치보느라 일을 못한다”고 밝혔다.
그랬던 이 회장이 정기 출근을 시작한 건 2년 반 전인 2011년 4월이다.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 열풍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던 그때 이 회장은 거의 매주 42층 집무실에 나와 업무를 보기 시작했고, 두 달 뒤인 6월엔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계열사 사장을 전격 교체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출근했지만 올 들어서는 건강과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지 화요일에만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출근이 시작된 후 ‘갤럭시폰’으로 본격 반격에 나서며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1년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으로 바닥을 찍었고 2012년엔 29조9000억원으로 질주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만 28조4000억원이나 벌었다.
이와 관련, 삼성 내부에선 이 회장이 출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조직 긴장 강도의 차이를 얘기하는 이가 적지않다. 계량할 수는 없지만, 이 회장 출근경영의 직·간접적인 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 회장의 출근이 삼성 경영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 출근 효과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가장 큰 것은 조직 내 위기감 고취다. 사실 위기경영은 이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때 “이런 상태로는 21세기에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등허리에 식은땀이 난다”고 했던 이 회장은 지난 6월 신경영 20주년 기념일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한다”며 특유의 위기론을 다시 한번 펼쳤다.
이런 이 회장이 집무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삼성 서초동 사옥엔 위기감과 긴장감이 흐른다.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만 해도 이 회장 출근 전날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밤 늦게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두 번째는 직접 소통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출근 때면 곧잘 오찬 회의를 통해 계열사 사장단은 물론 각 계열사 임직원을 직접 만나고 있다. 승지원에 머물 땐 비서실장(현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장의 뜻을 알 수 있었던 임직원들은 회장의 말을 직접 듣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세 번째론 의사 결정이 한결 빨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회장이 매주 신사업 구상부터 그룹 내 인사와 현안 처리 등을 챙기면서 나타난 흐름이다. 지난해 6월7일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된 것, 지난 8월1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전격 경질된 것 등 매년 12월 정기 인사 때만 행해지던 사장급 인사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네 번째는 비서실의 권위가 옅어지고 있다. 과거 삼성엔 구조조정본부든 영업지원실이든, 아니면 미래전략실이든 이름이 뭐였든 간에 이른바 ‘실’ 이라고 불리는 비서실에 권한이 집중돼 있었다. 비서실에서 계열사 사업전략과 인사, 감사, 대관업무 등을 조정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출근해 사업 담당 사장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비서실은 비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작년 7월 “미래전략실은 그림자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계열사에 군림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예전엔 승지원에 머물며 열흘에 한 번 정도 부정기적으로 보고받았으나, 출근을 시작한 뒤로는 일주일에 두 번씩 관심있는 분야의 사장단 등 임직원을 불러 두 시간가량 점심을 같이하며 대화한다”며 “이 같은 출근 경영, 오찬 경영이 삼성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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