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카르플루스·레빗·와르셸…복잡한 화학반응 예측하는 컴퓨터 분석모델 기초 마련

올해 노벨화학상 영예는 단백질처럼 큰 분자의 화학적 성질을 알아내는 데 필요한 이론(분자동력학)과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이론 화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마르틴 카르플루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83)와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66), 아리에 와르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73) 3인을 2013년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1970년대 플라스틱공과 스틱을 이용해 분자 구조를 설명하는 화학 모델에서 벗어나 컴퓨터로 분자 구조를 이해하고 화학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화학이라는 학문은 분자의 구조와 성질, 분자 간 반응 등을 통해 물질을 설명한다. 실험을 통해 분자의 전체적인 성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세부 구조까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백질처럼 아미노산 수백, 수천개가 모여 만들어진 분자는 아미노산의 연결 순서와 원칙에 따라 성질이 결정되는데, 이들 구조를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학문이 이론화학이다. 이번 수상자들은 전통적인 고전 역학과 양자역학을 함께 사용해 단백질 같은 크기가 큰 분자의 구조를 예측하는 분자동력학을 발전시킨 주역이다. 예컨대 눈으로 볼 수 없는 단백질 내부 분자 구조가 어떤 사슬 구조로 연결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이들이 개발하는 데 기여한 분자분석 프로그램인 참(CHARMM)은 학계는 물론, 신약, 촉매 등 일상생활에서 분자를 디자인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카르플루스 교수가 이 분야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고 레빗, 와르셸 교수 등은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같은 응용 방법을 개발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양자역학만으로 분자 구조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이 있었지만 분자 구조가 커지면 이를 분석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며 “이번 수상자들은 가까운 분자에는 양자역학, 먼 분자에는 고전 역학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슈퍼 컴퓨터 같은 장비가 없어도 분자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론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의외”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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