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9 도약하는 금융사] 금융위기 후 5년…맷집 세진 금융사 비상을 꿈꾸다

입력 2013-10-10 07:09  

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우고 새로운 먹거리 찾아 해외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국내 금융회사들은 부침을 겪었다. 위기를 극복하며 수익성이 호전된 것도 잠시였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최근엔 업태를 가릴 것 없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올 들어 주요 은행들의 실적은 2분기 연속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지점을 줄이며 구조조정 중이다. 저금리로 보험사들은 일부 상품에서 역마진을 내고 있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며 견뎌야 할 뿐 다른 비책은 없다”는 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금융사들이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올 태풍의 핵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우리금융 민영화를 도약의 계기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은 모두 우리금융 자회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은행 중심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올해 취임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 간 자존심을 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이 최대 관심사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향배도 주목된다. BS금융과 DGB금융 등은 물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까지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은 국내 금융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인 만큼 인수합병(M&A)만이 유일한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사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자회사 쪼개 팔기 방식으로 신속하게 진행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내에선 우리금융 민영화를 제외하면 금융 부분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 확대는 하루 이틀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0월 말께 발표할 ‘금융비전’의 한 테마를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으로 잡아 놓았다. 해외 진출 시 은행 보험 증권 등을 함께 영위하는 ‘유니버설 뱅킹’을 허용하는 한편 초기 실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3년간 경영실태평가를 면제해 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제지원을 통해 ‘100세 시대’에 맞는 다양한 연금 상품을 금융사들이 개발하도록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비전은 금융사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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