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인에 김종오 현 대표 유력
법원이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관계자는 “이르면 내주께 동양시멘트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 및 동양네트웍스 등 다른 계열사의 회생절차 개시도 이 무렵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각 가능성 사라져
그동안 동양시멘트 관련 투자자들과 협력업체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집 앞 등에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취하(철회)하라고 주장해 왔다. 또 법원에는 이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동양시멘트가 재무제표상 법정관리에 갈 이유가 없는 회사라고 주장해 왔다. 동양시멘트가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갖고 있는 동양파워 지분을 55% 갖고 있고, 파일사업부 등도 보유하고 있어 이들 자산을 매각할 경우 내년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등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동양시멘트 측은 회생절차 신청서에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CP 200억원어치를 갚을 수 없다(유동성 부족에 따른 지급불능)’고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으로서는 법정관리인 주도 아래 보유자산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기 전에는 이같은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법정관리 신청을 취하하지 않았는데 채권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된 것은 2008년 대우일렉 법정관리 기각이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당시에는 기업 인수·합병(M&A) 관련한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만큼 동양시멘트 건이 기각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매출 6000억원 회사가 3개월 뒤 200억원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난 9월 만기가 도래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 계열사 CP를 대신 갚아주는 데 동양시멘트 자금이 사용돼 회사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동양시멘트의 회사채·CP 투자자들과 동양시멘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티와이석세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시멘트가 발행한 회사채 투자자는 모두 9885명(2148억원), ABSTB 투자자는 4776명(1569억원)이다.
○법정관리인에 김종오 대표 유력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법정관리인에 누가 임명될 것이냐도 관심사다. 법정관리인 선임은 통상 회생절차 개시결정과 동시에 이뤄진다. 법원은 김종오 대표이사를 그대로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그대로 김 대표를 선임한다면 이는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법정관리 후에도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뜻이다.
동양시멘트는 지난 1일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김종오·이상화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이상화 단독대표로 바꾼다고 공시했다가, 지난 7일 다시 김종오 단독대표 체제로 바꾸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전 대표가 동양그룹 비선조직을 이끌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가까워 여론의 비난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1989년 동양시멘트에 입사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이 전 대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춘천지법에서 사건을 건네받은 서울중앙지법도 이같은 여론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아직 관리인 선임 문제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거셀 경우 막판에 법원이 공동관리인 선임 등으로 입장을 선회하거나, 웅진홀딩스의 경우를 참고해 최고리스크관리자(CRO)를 추가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된 것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이상은/정영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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