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공부하는 '학습만화', 독일까 약일까?

입력 2013-10-10 10:40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할 시기가 되면 모든 부모들이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바로 학습만화 구입 여부다. 5세 시기의 아이들은 읽기 독립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동화책의 글밥도 늘어나게 되니 자연스럽게 쉬운 단계의 학습만화 독자층에 접어들게 된다. 좋은 양서만 접해주겠다며 학습만화를 구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학습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장난감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게 연계돼 아이들은 쉽게 접하게 된다. 어느 날 아이 입에서 먼저 엄마 나 @@@책 사줘!”하고 특정 학습만화를 지칭하며 사달라고 하는 일은 시간문제다.


학습만화는 한국 출판시장을 휘두른다고 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은 도서다.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완판 행진을 하는 유일한 도서이기도 하다. 과학 학습만화 WHY 시리즈에 이어 한자 학습만화 <마법천자문> 시리즈가 최근 1000만부를 넘겼다. 이른바 살아남기시리즈로 알려진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도 현재 700만부 넘게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5세 이상 되는 집치고 학습만화 한 두권 없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습만화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도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학습만화의 단점부터 살펴보자. 일단 아이들의 흥미유발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문제는 흥미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습만화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적수준에 크게 향상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림에 맞춰 내용을 가감하고 각색하다보니 줄글에 비해 깊이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줄글로 된 일반 도서들은 정확한 묘사로 문자만으로도 아이들이 쉽게 그려볼 수 있어 상상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학습만화는 이미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상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만화 그림에 익숙해져 자칫 문자로 된 일반 도서에 적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아이들이게 학습만화를 한두 권 사주다가 아이가 일반 책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일 때 부모들은 불안해한다. 더욱이 독서습관을 갖게 하려고 학습만화를 권한 경우에는 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만화만 읽으면 고급어휘를 익힐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글자가 많은 일반도서는 어렵게 느껴져 더 학습만화를 찾게 되고 그럴수록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어휘력이나 상상력은 빈곤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떨어졌다문장도 만화에서는 이라는 한 글자로 표현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학습만화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위력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재미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인물과 상황이 재미있게 연출돼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과학이나 역사, 경제 같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어 분야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호기심과 적성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학습만화! 결국에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약인지, 독인지 결정된다.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학습만화를 읽히고, 그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만화의 큰 단점인 어휘력 빈곤을 보완하는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화책을 읽은 뒤 의성어나 의태어로 표현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인전이나 역사서 같은 학습만화의 경우엔 등장인물의 관계를 그림이나 표로 정리하고 그들의 특징을 문장으로 쓰거나 만화 속 상황을 긴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또한 학습만화에 나온 내용들을 교과서를 비롯해 관련 도서 중에서 찾아보게 하면 진정한 학습활동이 되어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학습만화를 고르는 요령이 될 것이다. 학습만화도 분명 양서가 있고, 조악한 수준의 악서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활용 만점의 요령을 안다고 하더라도 책 자체의 질이 떨어진다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학습만화를 고를 때 아이의 연령이나 수준을 고려하기 보다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고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나 아이에게 온전히 선택을 맡기면 오락성이 강한 인기 있는 책만을 고르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학습효과는커녕 만화에만 익숙해지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학습만화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앞의 몇 페이지만 읽어보아도 그림체나 대사 수준, 정보의 정확도와 충실도 등이 쉽게 파악된다. 때문에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음식도 입에 맞는 것이 있듯, 책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성격이나 관심 분야를 무시한 채 잘 팔린다는 이유만으로 베스트셀러를 선택하면 위험하다. 장점은 키워주고, 단점은 보완해줄 분야의 학습만화가 가장 좋다. 처음에는 학습만화 위주로 독서를 시작하더라도 학습만화와 일반책의 비율은 41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어린이 그림책 로드맵인그림책이 좋아서의 저자 류제님 작가는 만화책을 고를 때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학습을 목표로 한 만화보다는 되도록 순수 만화를 익히라는 것이다. 둘째는 색체가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흑백만으로도 아이에게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는 만화인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셋째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거나,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여 아이들 정서에 독이 되는 만화는 피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그림으로 친숙하거나, 내용상으로 따뜻한 감동을 주는 만화인가 여부다. 마지막으로는 작가로서의 당당한 예술혼과 그 작가만의 독특한 감성이 깃들어 있는 작품을 주로 골라 점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학습만화에 대한 찬반 여론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류제님 작가는 학습만화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말고 쉬고 있구나’, 내지는잠깐의 해방감을 즐기고 있구나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더불어 조금만 살펴보면 학습만화뿐 아니라 일반도서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 수준 높은 아이들 만화도 많다면서 말이다. 결국 학습만화가 자녀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부모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강은진 객원 기자
도움말 '그림책 로드맵, 그림책이 좋아서' 저자 류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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