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0일 오후 2시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기부 등 사회공헌에는 지극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63개 증권사가 낸 기부금 209억원 가운데 21개 외국계 증권사의 기부는 1.8%에 불과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63개 증권사는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209억원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205억원을 42개 국내 증권사가 기부했으며 21개 외국계 증권사는 3억80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다이와증권 등 8개 외국계 증권사는 증권사들이 기부금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1회계연도 이후 단 한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21개 외국계 증권사는 286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우리나라 증권사 전체가 1년 동안 벌어들인 1조2336억원의 23.2%에 달한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기부금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8억원의 순익을 올린 하이투자증권의 기부금액은 34억원이었다. 209억원을 벌어들인 골드만삭스에 비해 순익 규모가 26분의 1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처럼 기부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면 하이투자증권의 순익은 42억원으로 5분의 1 수준까지 늘어난다.
외국계 증권사가 유독 기부에 인색한 사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순익으로만 평가받는 구조 탓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바클레이즈 IB 부문과 같이 실적이 나쁘면 사업을 접어버릴 정도로 순익에 민감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기부에 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는 각각 1억3000만원과 8000만원을 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스위스계 증권사들이 기부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본사나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 법인 및 지점의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이라며 “재무제표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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