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비교하기>와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 유형의 차이점까지 말씀드렸지요. 해야 할 말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지요.
<비교하기>는 그저 <내연만 비교>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에서는 내연 외에 외연도 비교한 셈이니까요. 즉,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된 거죠. 이렇게 항목이 복수로 존재하는 제시문 간의 비교를 요구하는 것이 <항목별 독해 유형>인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조건이라고 하는 것도 그저 <논하시오>나 <서술하시오> 같은 형태에 불과하지요. 비교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문제조건을 보지요. 출제자는 찾아달라는 <항목>을 문제에 걸어놓기 마련입니다.
문제조건 : 제시문의 A와 B, 그리고 C에 대해 논하시오. (서술하시오)
위에 보다시피 우리가 찾아야 할 A, B, C라는 항목이 전제되었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아하, A, B, C를 찾기 위해 독해를 하면 되지요. 꽤 쉬워보이지요?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뭘 쓰라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더군다나 최악의 경우, 항목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성립요소>와 같은 표현을 주고, 알아서 찾으라고 요구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항목을 스스로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답니다. 하지만 중앙대는 그렇게까지 난도를 높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킬1: 요구항목을 정확히 이해할 것!
각 항목이 원하는 내용을 바로 딱 찾아서 채점자에게 “이게 답이오!”라고 보여줘야 하거든요. 말 그대로 답만 맞히면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 답을 찾기가 어렵군요. 그러므로 우리는 원하는 항목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표를 그려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정말 강력하게 추천되는 방식이에요. 반드시 그려서 쓰세요! 그렇게 되면 한결 구분하기가 쉬워져요.
표를 살펴보고 무언가 느끼셨나요? 항목에 대한 답은 임의적으로 제가 넣은 것이지만, 이걸 보면 요런 걸 알 수 있지요.
스킬 2: 항목값 중 대립되는 내연이 몇몇 존재한다.
이 문제란 원래 비교하기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요. <몇몇>이라고 표현한 건, 디테일한 개별 사항이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즉, 최초로 주어지는 외연은 분명 다르기 때문에 그것은 그냥 읽는 것이지요. 그 다음부터는 대립쌍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합니다. 시작은 다르지만, 비교가 시작되면 무엇인가 대립되는 형태들이 등장하는 것이지요. 다만 중앙대의 경우는 여기서 유의할 필요가 있어요. 2014년 모의문제 이전의 유형을 정확하게 이해한 분들은 알겠지만, 중앙대는 이 대립식이 꼭 일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살펴보지요.
다음으로, 답안 형태는 충분히 예상되다시피 결론→(가)ABC, (나)ABC, (다)ABC가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제시문을 나열하면서 찾은 답을 서술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니까요. 반대로, 결론→항목1→항목2로 진행할 수도 있지요. 중앙대는 후자의 것을 쓰는군요. 홍익대와 숭실대는 전자의 것을 쓰고요.
▨ 중앙대 2014 모의문제 살펴보기
중앙대의 2014년 문제를 살펴볼까요? 기존 문제와 차이점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던져진 항목의 차이입니다. 2013년까지는 항목이 딱 1개만 주어졌지요. 그러므로 그에 맞게 제시문을 요약하고, 이것을 다시 분류하는 문제였지요. 여기서 잠깐! 간혹 보면 중앙대 문제를 무슨 단순 요약문제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디서 배우셨든, 꼭 확인하세요. 중앙대는 원래 분류문제를 내는 대학이랍니다.
물론, 이런 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제가 중앙대에서 내는 가이드북을 살펴봤는데, 예시답안이 안 그래요. 그건 그냥 요약만 돼 있어요!”라고 말하는 학생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더 좋은 점수를 얻진 못하겠지요. 많은 학생이 예시답안을 따라 쓰면 합격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물론 아주 착각은 아닙니다. 어차피 요약 자체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중앙대의 경우 가이드북에서 점수 할당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분류를 해낸다면 점수가 더 있습니다. 하지 않는다면 점수는 없습니다. 이런 내용은 가이드북을 샅샅이 읽고, 이해하지 않으면 알아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간과되었던 바가 크죠. 논술을 가르치시는 분들에게도 그렇고요. (당연하지요. 그동안은 수리논술 자체가 핵심이었으니까요!)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하나의 주제만 던져놓고 알아서 독해-분류하라고 했던 기존의 문제와 달리 올해 중앙대에서는 항목을 2개 던져주고 독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예시답안에는 아쉽게도 분류 형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이제 고민에 빠지지요. “과연 중앙대가 예전과 같은 채점 기준을 그대로 사용할 것이냐?” 달리 말하면 “중앙대가 제시문 분류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지요.
올해 연세대가 2012년 입시에 이어 또다시 새로운 유형으로 학생들을 낚아낸 것과 마찬가지로, 중앙대 역시 충분히 낚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부분 역시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항목별 독해로 갈 수도 있고, 거기에 분류가 추가될 수도 있다’라고요. 입시에 예외란 언제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특히 논술은 더구나 그렇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으세요.
자, 이제 진짜 중앙대 문제를 살펴볼게요. 아쉽게도 중앙대는 홍익대에 비해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냈습니다. 문제조건은 <변화의 양상과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라고 달아놓았지만 직접 쓴 예시답안에 보면 <원인과 목적>조차 혼동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이미 말씀드린 표로 그려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칸을 더 채울 수 있지만, 정확하게 제시문에 던져진 정보만을 가지고 채운 것입니다. 이걸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돼요!)
(가)의 원인은 발음의 편의성이지만, (나)의 원인은 돌연변이죠. 그리고 또 나머지 부분은 목적만 존재합니다. 이런 류의 문제를 낼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항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해야 합니다. <양상>이라는 단어조차 애매한 상황에서 <원인과 목적>을 또 혼동했으니 이걸 푼 학생들은 뭐가 답인지 서로 다투기만 했겠지요.
더군다나 (다)에 양상으로 지적된 ‘자발적’이란 개념은 (라)와 대비되서 등장할 뿐이지, 제시문 내에서 그것이 지칭되진 않았습니다. 지칭이 되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그것은 번역이라는 소재의 특성에서 유래한 양상이므로, 애초에 독해적 요소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대 측에서는 예시답안에 ‘자발성’을 쿵- 하고 써놨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표에는 그려놓지 않았지만 (다)와 (라)의 양상을 ‘차이의 유지와 소멸’이라는 형태로 정리해놓았다는 것이지요. (라)는 ‘소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는 ‘차이의 유지’라고 하기에는 제시문의 정보가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에는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공감>이 부각되어 있거든요. 차이의 유지라면 ‘나와 너는 다르다’는 식의 고유성이 보존되어야 하지만 ‘언어와 설정은 바꾸되, 주제의식은 바꾸지 않았다’는 내용을 ‘차이의 유지’라고 넘겨버린 것은 아마도 학생들에게 혼선만 줄 것이 분명합니다. 차라리 <본질의 유지와 훼손>이라는 대립식을 사용해주었다면 한결 더 이해하기 좋았을텐데, 왜 굳이 이랬을까요.
자, 그렇다면 중앙대 1번 문제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제가 하는 말은 문제 출제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뿐이랍니다.
중앙대가 새로운 유형을 냈다고 2012~2013학년도 문제를 안 풀어보면 후회할 거에요! 그 짧은 제시문에 담긴 대립 항목을 찾아내는 훈련으로는 그만한 문제가 없거든요. 오늘 나온 <항목별 독해 이론 부분>을 보고 싶은 분들은 sgsgnote@gmail.com으로 이름 학교이름 핸드폰번호를 적어서 보내주세요. 정리된 pdf 파일을 드리겠습니다.
이용준 S·논술 인문 대표강사 sgsgno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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