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겠습니까.”
김성곤 민주당 의원(전남 여수갑·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외자 유치에 한해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내려다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100% 출자하지 않는 한 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이 일본 회사와의 합작으로 연간 100만t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을 각각 여수와 울산에 짓겠다며 법 개정을 청원하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액만 1조670억원으로 추산됐다.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은 각각 GS와 SK의 손자회사다. 법 개정이 없다면 두 회사는 증손회사(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인 여상규 의원이 이미 지난 5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손자회사가 외국 자본과 공동 출자해 합작 법인을 만들 경우 증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손회사에 대한 손자회사의 지분율은 50% 이상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0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정치권에 촉구한 바 있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2조3000억원의 투자효과가 있다”며 “경제가 앞뒤로 꽉꽉 막힌 상황에서 이런 민생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지 정말 민생을 위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자칫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손자회사의 외국인 합작투자 승인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의 성격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사전 검증을 강화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이미 법안 발의 요건의 두 배인 여야 의원 20명의 서명을 받아놨다. 여기에는 같은 여수 출신인 주승용 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인 김기현 의원(울산 남을)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그런 명목으로 이것저것 다 해주다 보면 당의 핵심 가치인 경제민주화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곤 의원은 일단 법안 발의를 보류하고 당내 설득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며 “양측 간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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