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충동에 확산되는 청소년 문신, 지우는데 500만원…'때늦은 후회'

입력 2013-10-11 21:47  

연간 3000억 타투시장…청소년이 주요고객 부상
문신한 연예인 따라하기…고교 한 반에 7~8명 문신
한달에 한 번 7~8회 레이저수술…제거에 1년 걸리고 흉터 남아




#1. 지난달 10일 오전 4시 부산 강동동의 한 도로. 오토바이를 몰던 이모군(17)이 강모군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자 강군은 웃통을 벗고 이군을 위협했다. 강군의 어깨와 팔에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강군의 위압적인 문신에 주눅이 든 이군은 강군의 폭행에 반항하지 못했고 오토바이와 현금카드 등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겼다.

#2. 일용직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콤플렉스가 심했던 박모군(16).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100만원을 모아 평소 갖고 싶던 금목걸이와 해외 명품 지갑을 샀다. 학교에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가방에 들어있던 지갑과 금목걸이가 사라졌다. 화를 추스르지 못하고 홍대 문신업소를 찾은 박군은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잘 잊게 된다’는 스페인 격언 ‘lo mas acordado mas olvidado(로 마스 아코르다도 마스 올비다도)’란 긴 문장을 팔뚝에 새겼다.

최근 중·고교생 사이에 문신시술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조폭이나 학교 일진 등에 국한됐던 문신 문화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청소년들도 유행처럼 문신을 새기고 있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서울 인문계 고교에서도 한 반에 문신을 새긴 학생이 7~8명에 이른다.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 열풍이 불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용을 마련하려고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강하게 보이려고”…청소년은 지금 문신 중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4일 윤모군(19) 등 10대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에어컨 등을 판다고 속인 뒤 대금만 받고 연락을 끊는 방법으로 5000여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이 사기에 나선 이유는 유흥비와 문신시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일선 경찰서 청소년계 소속 한 경찰관은 “범죄 학생들을 잡아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문신을 하고 있다”며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친구 따라’ ‘강해 보이려고’ ‘멋있어서’ 등 고민 없이 문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병한 용산경찰서 청소년계장은 “청소년들은 과시욕 때문에 팔과 다리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문신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문신도 할 수 있는 과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또래집단에 심어주고 싶은 심리”라고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문신 확산을 친구나 연예인 등을 따라 하려는 ‘모방심리’와 ‘또래집단에 대한 소속감’으로 분석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문신을 무조건 일탈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방송에서 문신한 연예인을 계속 접하면서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3000억원대 타투시장 주요 고객으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에 따르면 의사가 아니면 문신시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문신시술에 큰 제약은 없다.

기자가 지난 9일 찾은 홍대 앞의 한 문신업소. 후미진 골목의 빌라 지하에 간판도 없는 문신시술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는 업소를 홍보하는 팻말과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었다. CCTV를 확인하고 입구에 나타난 업소 관계자는 “문신시술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인적사항 확인도 없이 바로 “시술하자”고 권했다. 최근 ‘레터링 타투’(명언이나 격언 등의 문구를 새겨 넣은 문신)를 시술받은 고교생 이모군(17)은 “유명한 홍대 타투숍에서 문신을 했는데 신분 확인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거리 전단 등을 통해 타투업소 정보를 얻고 있다. 타투이스트(문신시술자)가 밀집해 있는 홍대 일대에는 ‘홍보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오면 15% 할인해주겠다’고 홍보하는 옥외광고판도 보였다. 홍대 유명 타투이스트들은 승합 차량을 개조한 이동식 문신소를 만들어 지방 원정 시술도 하고 있다.

강호 대한타투협회장은 “타투도 하나의 예술인데 법적으로 금지하다 보니 음성화되고 있다”며 “청소년층으로 번지는 문신 유행도 음성화가 가져온 부정적 측면”이라고 진단했다.

○완벽한 제거는 불가능…청소년들의 때늦은 후회

어린 나이에 섣불리 문신을 했다가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제거 비용이 만만치 않고 완벽하게 없애기도 어려워서다. 수능을 마치고 음식 조절에 실패해 70㎏이 넘는 체중이 늘 불만이던 스튜어디스 최모씨(27). 대학 진학 후 ‘뚱뚱해도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자’는 의미로 한자 ‘我(아)’ 문신을 어깨에 새겼다. 스튜어디스 취업을 준비하다가 난관에 부딪혔다. 시험 과목에 수영테스트가 있었던 것이다. 문신이 보이면 탈락이 불보듯 뻔하다고 생각한 최씨는 400만원을 들여 1년에 걸쳐 문신 제거 시술을 받았다. 스튜어디스 꿈도 1년 유예해야 했다. 최씨는 “한번 새기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o mas acordado mas olvidado’를 새긴 박군도 후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문신 때문에 더 놀림을 받아 당황했지만 수술은 엄두도 못 냈다”고 말했다. 손바닥 크기의 문신을 제거하는 데 400만~500만원이 필요해서다. 박군은 다행스럽게 서종철 제니스 성형외과 이사장의 도움으로 문신 제거 시술을 받았다. 안산상록경찰서와 제니스성형외과는 지난해 협약을 맺고 문신시술을 후회하는 청소년에게 무료 제거 시술을 해주고 있다. 서 이사장은 “부모 손에 이끌려 문신을 지워달라고 성형외과를 찾는 청소년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비용 탓에 제거 시술을 중도에 포기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박군은 지난 8월13일 첫 시술을 시작으로 9월20일 2차 시술을 받았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7~8회 더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한다.

곽 교수는 “문신은 평생 가기 때문에 어렸을 때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생각으로 새기면 오랫동안 후회할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청소년들이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후회 사례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훈/박상익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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