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세대 만에 빈곤을 퇴치하고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한국은 개도국들이 꼭 배우고 싶은 롤 모델일 것이다. 유례 없는 경제발전 경험은 한국의 확실한 지식자산이자, 개도국에 줄 수 있는 최상의 원조품이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도 이를 통해 한층 성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개발경험 전수에 앞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성공모델이 필연이라는 착각과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누구나 한국을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게 결코 아니다. 한국의 성공은 자원은 없고, 인구는 넘쳐나고, 전쟁 잿더미에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의 절박함이 낳은 기적이다. 이런 처지에서도 자유시장경제를 택하고 정주영, 이병철 등 기업가들이 출현한 것은 행운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부가 펴낸 ‘한국경제 60년사’에선 기업가는 쏙 빼고 관료들이 잘해서 성공했다는 식의 자화자찬 일색이다. 이런 엉터리 인식 수준으로 개도국에 무작정 개발경험을 전파한다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유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보장, 기업가정신 같은 무형적 가치부터 전파하는 게 필수다. 자화자찬식의 개발경험 전수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기업가정신이 없는 개발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이점을 우리는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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