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위로 피어 오르는 연기…푸른 초원 소 떼의 여유 즐기고 산촌마을 종소리 귓전을 울려
톱니바퀴 레일 등산열차 탑승…아이거 북벽 만년설에 탄성…얼음궁전도 빼놓을 수 없는 장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는 동화 같은 마을 위로 높이 솟은, 대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이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 있고,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융프라우와 알레취 빙하를 만끽하며 느끼는 감동에 가슴이 벅차다. 열차를 타고 달리다가 산 중턱의 그림 같은 마을을 둘러보며 느끼는 평온함과 아기자기한 풍경이 주는 기쁨은 덤이다.
융프라우로 향하는 첫 관문, 인터라켄
취리히에서 출발한 기차에 몸을 싣고 두 시간 반을 달려온 이곳은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관문인 작은 마을 인터라켄이다.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자리 잡아 ‘호수와 호수 사이’라는 뜻의 인터라켄이라 불리는 이곳의 아침 풍경은 활기차다. 회에거리를 따라 늘어선 작은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고,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융프라우요흐로 출발하기 위해 분주하다.
융프라우요흐는 ‘젊은 처녀’라는 뜻의 융프라우(Yungfrau)와 ‘봉우리’라는 뜻의 요흐(Joch)가 합쳐진 단어로 융프라우(4158m)와 묀히(4099m) 두 봉우리 사이 움푹 들어간 곳을 일컫는다.
인터라켄에는 동쪽과 서쪽에 두 개의 역이 있는데 서역은 베른 방향에서 인터라켄으로 들어오는 열차의 정차역이고, 동역은 루체른 방향에서 출발한 열차의 종점이자 융프라우요흐와 베르너 오바란트지역의 산악마을로 향하는 열차의 출발점이다. 서역과 동역은 인터라켄 양끝 지점에 위치해 있지만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라 산책하며 시내 관광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빌려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하면 코스를 정해야 한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면 융프라우요흐 역까지는 약 2시간20분이 걸리는데 코스는 두 가지다.
라우터브루넨을 지나가는 코스와 그 반대편인 그린델발트를 거쳐 가는 코스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만큼 어려운 선택 같지만 어차피 산은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법! 라우터브루넨은 오르는 길에, 그린델발트는 내려오는 길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는 두 역의 종착지인 클라이네샤이덱에서 하루를 묵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화가 현실로, 산촌마을 라우터브루넨과 벵엔
인터라켄 동역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폭포의 마을’ 라우터브루넨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247m의 스타우바흐 폭포를 비롯해 크고 작은 70여개의 폭포들이 산허리를 흐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겨울에는 산을 관통해 흐르는 물이 얼기 때문에 유량이 적은 편이라 자연히 폭포의 규모도 작아진다. 하지만 여름에는 산 위의 빙하가 녹아 흐르는 모습과 소리가 압도적이라고 하니 시기를 맞춰 꼭 다시 와보고 싶은 마음이다. 공기가 맑아서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 풀 뜯는 소들의 목에 매달린 워낭소리가 청아하게 귓전을 울린다. 동화 같은 풍경을 둘러보며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기차역이다.
이제 스위스 등산열차를 타고 다음 마을로 이동할 시간이다. 정차역은 산촌마을 벵엔이다. 해발 1274m에 있는 벵엔으로 올라가는 길에 라우터브루넨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샬레의 굴뚝 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소담하게 예쁜 교회와 푸른 초원 위를 느릿느릿 거니는 소떼, 수십 개의 폭포들까지…. 너무나 그림 같아서 초현실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벵엔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들이마신 공기는 말 그대로 놀랍다. 맑은 공기의 비결은 벵엔이 휘발유 차가 진입할 수 없는 무공해 마을이기 때문이다. 벵엔은 관광객 규모에 비해서는 한적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와 카페들이 꽤 있어 쉬엄쉬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럽 최고의 철도를 향한 도전
다음 정차역인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벵엔까지 보이던 푸른 초원은 사라져 버린다. 오롯이 새하얀 풍경에 눈이 부시다. 라우터브루넨에서 혹은 그린델발트에서 출발한 기차는 클라이네 샤이덱까지만 운행한다. 융프라우요흐역까지의 경사가 굉장히 심하고 암반지대 중간을 통과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톱니바퀴 레일의 등산열차로 움직여야 한다. 환승을 위해 내리면 두 눈 가득 만년설을 가득 덮고 있는 위풍당당한 아이거 북벽의 장관이 펼쳐진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에 넋을 놓고 있다가는 기차를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부터 세계 최고의 철도 기술을 온몸으로 체험할 시간이다.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을 뚫고 설치한 톱니바퀴 레일은 총 12㎞. 출발점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부터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역까지 세 차례 정차한다. 거의 수직에 가까울 만큼의 다이내믹한 경사도를 경험하고 내린 첫 번째 역은 클라이네 샤이덱으로부터 2㎞ 떨어진 아이거글래시어역(2320m)이다. 여기서 잠시 정차한 뒤 터널로 진입하고 터널 중간에 있는 두 번째 정차역 아이거반트(2865m)에 도착한 후에야 스위스 철도 기술의 진가가 드러난다.
‘암반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암반을 깎아 만든 관측창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마주한 후에야 비로소 실감난다. 아이거반트 역은 알프스의 세 봉우리가 만들어낸 정취 못지않게 감탄스러운 스위스 철도기술의 절정이다. 자연의 위대함에 도전하는 인간의 노력과 결실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순간이다. 세 번째 역은 아이스메어역(3160m)이다. 빙하가 발하는 푸르스름한 빛의 신비로운 풍경이 일품이다. 아이거반트역과 아이스메어역에서는 각각 5분씩 정차한다.
유럽의 정상, 발 아래 펼쳐진 세상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설원과 웅장한 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에 가슴이 벅차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은 존재지만, 이 높은 곳에 온갖 자연의 악재를 이겨내고 전망대를 만들어낸 위대한 존재 역시 사람이다.
전망대는 낮 시간 동안 모은 태양열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체온까지 모아 필요한 난방에 사용한다. 또한 이곳에서 생겨나는 오폐수는 긴 파이프를 통해 그린덴발트에서 완벽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하니 사람이 만들어낸 시설이 ‘자연을 해칠까’ 하는 염려는 기우일 뿐이다. 융프라우요흐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격리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지혜와 노력이 가득할 뿐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까지 다양하다.
7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산 정상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고, 갤러리와 응급 처치실, 우체국 같은 다양한 부대시설도 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우체국이다. ‘유럽의 정상’ 스탬프가 찍힌 엽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보내볼 것!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가슴 떨리는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얼음궁전(Ice Palace)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22㎞에 달하는 알레취 빙하 아래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모든 것이 얼음으로 채워져 있다. 빙하를 뚫고 깎아 만들어서 천장, 기둥, 바닥까지 온통 얼음이다. 전시된 갖가지 얼음조각들을 관람한 후 자연스레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나가면 900m 두께의 눈밭, 플래토(Plateau)에 도착한다.
융프라우요흐의 백미는 해발 3571m에 자리한 스핑크스 전망대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다. 108m 높이의 전망대를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불과 25초 만에 ‘쨍!’ 하고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전망대로 향하는 문을 열자 바람이 매섭다. 매서운 바람을 타고 눈보라가 인다.
눈보라가 걷히자 철 그물 소재의 바닥 아래로 펼쳐진 풍경이 아찔하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발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을 두 눈 가득 담는다. 광활하게 펼쳐진 파란 하늘과 흰 눈을 머리에 인 웅장한 봉우리들, 코끝을 쏘는 시원한 공기, 귓전에 울리는 바람소리, 뺨을 간질이는 눈보라, 갈증이 나서 한 움큼 입에 넣은 하얀 눈 맛까지. 모든 감각에 새겨진 아름다운 자연은 마음 깊이 남아 삶을 위로할 것이다.
융프라우요흐(스위스)=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여행팁
열차·버스·여객선 등 스위스 패스로 무제한 이용
대한항공이 인천~취리히 직항노선을 주3회 운항한다. 체코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를 이용해 스위스항공 등으로 환승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스위스는 유로가 아닌 스위스프랑(CHF)을 사용한다. 1스위스프랑은 약 1200원.
스위스 패스는 열차, 버스, 여객선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박물관, 케이블카 등에서도 무료나 할인 혜택을 준다. 인원 수에 따라 할인 폭이 커지는 ‘세이버 패스’, 1개월 이내 일정대로 날짜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 패스’ 등 다양하다.
11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스위스 각지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단장에 들어간다. 11월 21일부터 취리히 중앙역에는 160개 이상의 부스가 차려지고 독특한 아이디어의 성탄 선물과 다양한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터로 변신한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높이 15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역시 놓치면 아까운 볼거리다. 스위스 정부 관광청 한국사무소(myswitzerland.co.kr)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화제] "초당 12만원" 버는 사람들...충격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