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킬러 金부장, 회식메뉴 물으면?…회·피자 퇴짜 놓자 결국…"단백질 섭취한지 오래돼서 … "
직장내 막말·거짓말
"주말엔 집안 일이…ㅜ ㅜ"
등산맨 팀장의 집요한 초대… 매번 핑계 만드느라 죽을맛…"가족 모두 병원신세 좀 졌죠"
무역업체 A사에 다니는 최 과장은 어느 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상사인 김 부장이 호출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보니 김 부장이 화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얼굴이 빨개진 그에게서 술냄새가 풍겼다. 점심 때 거래처 고객과 ‘한잔’ 걸치고 들어온 것. 김 부장은 다짜고짜 최 과장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거래처 고객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직원들의 시선이 김 부장의 자리로 쏠렸다.
최 과장은 업무를 잘못해 질책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말이 심해지자 술취한 상태에서 홧김에 거래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에게 푸는 것처럼 느껴졌다. 억울하고 창피했다. 사나흘간 불면증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김 부장은 며칠 뒤 최 과장을 불러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최 과장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였다. 김 부장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 최 과장은 수긍하는 척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술 한잔으로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김 부장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어요.”
○“막말에 상처”
많은 직장인이 “일보다 인간관계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일은 열심히 한 만큼 결과를 돌려주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사하는 이유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탓인 경우가 월등히 많다. “월급의 70%는 직장생활 중 사람들 사이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대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소업체 B사에서 근무하는 이 대리는 최근 직장생활이 괴롭다. 석 달 전 결혼한 이 대리가 견디기 힘든 것은 신혼생활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이나 야릇한(?) 질문 때문이다. 아침에 몇 분만 지각해도, 퇴근이 몇 분 빨라도 모두 신혼 탓으로 몰아간다. “새댁인데 해야지” “새댁이 안하나” 등의 얘기를 듣는 게 스트레스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도 많다. C 전자업체에 다니는 박 부장은 기획력이 뛰어나고 일처리가 빨라 맡은 일마다 좋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욕설과 인신 공격성 발언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 하지만 정작 자신의 독설이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해를 입히는지는 잘 모른다.
박 부장 밑에서 일하는 팀원들은 보고할 때마다 초긴장 상태다. “이번엔 어떤 욕을 들을까, 무슨 트집을 잡힐까” 두렵기만 하다. 찍히지 않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실적이 뛰어나지만 그를 따르는 후배가 거의 없는 이유다.
○위기 탈출용 거짓말
직장 내 거짓말은 때론 약이지만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소업체 D사에서 근무하는 윤 대리는 매주 월요일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독 무겁다. 등산에 푹 빠져 있는 유 팀장 때문이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유 팀장은 월요일이면 산에 다녀온 얘기를 늘어놓으며 팀원들에게 주말에 같이 가자고 한다. 말이 ‘초대’지 사실상 ‘반강제’다. 거짓말을 유난히 못하는 윤 대리는 차출되지 않으려고 매번 그럴싸한 핑곗거리를 만드느라 머리가 아프다. 유 팀장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인사철마다 다른 팀에 지원하는 이유다.
E 은행에 다니는 김 대리는 지난달 주말에 하루 연차를 붙여 친구들과 일본 도쿄여행을 가기로 했다. 항공과 숙박 모두 예약 완료.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김 대리에게 뜻밖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떠나기 1주일 전 회사가 실적 악화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것.
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김 대리는 고민 끝에 도쿄에 계신 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주말에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팀장에게 거짓말을 했다. 처음엔 “그렇다면 가야지”라고 얘기한 팀장이 떠나기 이틀 전 김 대리를 불렀다. “아무래도 비상상황이라 전원 출근해야겠네.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생신은 내년에도 있지 않나.” 결국 김 대리의 도쿄여행은 물거품이 됐고 급하게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취소하느라 금전적인 손해까지 입었다.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손 과장은 얼마 전부터 남몰래 이직을 준비해왔다. 문제는 면접. 이직하고 싶은 회사가 면접자 사정을 봐주며 날짜와 시간을 잡아줄 리 만무하다.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워야 했던 손 과장은 최근 몇 주간 “가족이 아프다”며 연달아 연차를 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아이가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결국 손 과장 가족은 회사에서 환자들로 소문이 났고,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가족 건강부터 묻는다고.
○아부의 기술
직장 내에서 생존을 위해 ‘아부의 기술’은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아부의 핵심 요소는 거짓말. F 증권사 이 대리의 팀장인 김 부장은 고기를 유독 좋아한다. 회식 때마다 메뉴는 고기다. 결론은 늘 똑같은데도 평소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주장하는 김 부장은 회식 메뉴를 정할 때 꼭 메신저 대화방을 열어 팀원들의 의사를 묻는다.
지난주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부장이 대화를 시작했다. “막내인 이 대리가 먹고 싶은 것을 골라봐.” 이 대리의 메신저로 회, 장어, 스파게티, 피자 등의 메뉴를 말하라는 선배들의 개별 메시지가 폭주했다. 이 대리는 “날씨도 선선해졌는데 회는 어떨까요”라고 썼다. 김 부장은 “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좀 그렇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 대리의 두 번째 직구. “이태원에 파스타 피자 맛있게 하는 집이 있습니다.” 김 부장은 역시 “그런 건 배가 안차는데-_-;”라고 했다.
이때 팀 선배인 박 과장이 나섰다. “부장님, 제가 얼마 전에 고기집에 다녀왔는데 육질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김 부장은 그제서야 “진짜? 오…. 그 집이 반찬도 깔끔하고 냉면도 맛있지. 가본 지 꽤 오래 됐네*^^*”라며 웃음 지었다. 결국 이 대리는 “단백질 섭취한 지 오래여서 저도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라는 메신저를 쏠 수밖에 없었다. 김 부장은 “막내가 먹고 싶다는데 사줘야지. 오늘 저녁은 그 집으로 예약해”라고 했다. 이 대리 왈, “박 과장이 얼마나 얄밉던지, 한대 쥐어박고 싶더라니까요.”
전설리/황정수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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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집안 일이…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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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업체 A사에 다니는 최 과장은 어느 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상사인 김 부장이 호출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보니 김 부장이 화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얼굴이 빨개진 그에게서 술냄새가 풍겼다. 점심 때 거래처 고객과 ‘한잔’ 걸치고 들어온 것. 김 부장은 다짜고짜 최 과장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거래처 고객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직원들의 시선이 김 부장의 자리로 쏠렸다.
최 과장은 업무를 잘못해 질책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말이 심해지자 술취한 상태에서 홧김에 거래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에게 푸는 것처럼 느껴졌다. 억울하고 창피했다. 사나흘간 불면증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김 부장은 며칠 뒤 최 과장을 불러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최 과장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였다. 김 부장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 최 과장은 수긍하는 척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술 한잔으로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김 부장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어요.”
○“막말에 상처”
많은 직장인이 “일보다 인간관계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일은 열심히 한 만큼 결과를 돌려주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사하는 이유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탓인 경우가 월등히 많다. “월급의 70%는 직장생활 중 사람들 사이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대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소업체 B사에서 근무하는 이 대리는 최근 직장생활이 괴롭다. 석 달 전 결혼한 이 대리가 견디기 힘든 것은 신혼생활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이나 야릇한(?) 질문 때문이다. 아침에 몇 분만 지각해도, 퇴근이 몇 분 빨라도 모두 신혼 탓으로 몰아간다. “새댁인데 해야지” “새댁이 안하나” 등의 얘기를 듣는 게 스트레스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도 많다. C 전자업체에 다니는 박 부장은 기획력이 뛰어나고 일처리가 빨라 맡은 일마다 좋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욕설과 인신 공격성 발언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 하지만 정작 자신의 독설이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해를 입히는지는 잘 모른다.
박 부장 밑에서 일하는 팀원들은 보고할 때마다 초긴장 상태다. “이번엔 어떤 욕을 들을까, 무슨 트집을 잡힐까” 두렵기만 하다. 찍히지 않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실적이 뛰어나지만 그를 따르는 후배가 거의 없는 이유다.
○위기 탈출용 거짓말
직장 내 거짓말은 때론 약이지만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소업체 D사에서 근무하는 윤 대리는 매주 월요일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독 무겁다. 등산에 푹 빠져 있는 유 팀장 때문이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유 팀장은 월요일이면 산에 다녀온 얘기를 늘어놓으며 팀원들에게 주말에 같이 가자고 한다. 말이 ‘초대’지 사실상 ‘반강제’다. 거짓말을 유난히 못하는 윤 대리는 차출되지 않으려고 매번 그럴싸한 핑곗거리를 만드느라 머리가 아프다. 유 팀장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인사철마다 다른 팀에 지원하는 이유다.
E 은행에 다니는 김 대리는 지난달 주말에 하루 연차를 붙여 친구들과 일본 도쿄여행을 가기로 했다. 항공과 숙박 모두 예약 완료.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김 대리에게 뜻밖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떠나기 1주일 전 회사가 실적 악화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것.
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김 대리는 고민 끝에 도쿄에 계신 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주말에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팀장에게 거짓말을 했다. 처음엔 “그렇다면 가야지”라고 얘기한 팀장이 떠나기 이틀 전 김 대리를 불렀다. “아무래도 비상상황이라 전원 출근해야겠네.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생신은 내년에도 있지 않나.” 결국 김 대리의 도쿄여행은 물거품이 됐고 급하게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취소하느라 금전적인 손해까지 입었다.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손 과장은 얼마 전부터 남몰래 이직을 준비해왔다. 문제는 면접. 이직하고 싶은 회사가 면접자 사정을 봐주며 날짜와 시간을 잡아줄 리 만무하다.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워야 했던 손 과장은 최근 몇 주간 “가족이 아프다”며 연달아 연차를 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아이가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결국 손 과장 가족은 회사에서 환자들로 소문이 났고,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가족 건강부터 묻는다고.
○아부의 기술
직장 내에서 생존을 위해 ‘아부의 기술’은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아부의 핵심 요소는 거짓말. F 증권사 이 대리의 팀장인 김 부장은 고기를 유독 좋아한다. 회식 때마다 메뉴는 고기다. 결론은 늘 똑같은데도 평소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주장하는 김 부장은 회식 메뉴를 정할 때 꼭 메신저 대화방을 열어 팀원들의 의사를 묻는다.
지난주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부장이 대화를 시작했다. “막내인 이 대리가 먹고 싶은 것을 골라봐.” 이 대리의 메신저로 회, 장어, 스파게티, 피자 등의 메뉴를 말하라는 선배들의 개별 메시지가 폭주했다. 이 대리는 “날씨도 선선해졌는데 회는 어떨까요”라고 썼다. 김 부장은 “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좀 그렇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 대리의 두 번째 직구. “이태원에 파스타 피자 맛있게 하는 집이 있습니다.” 김 부장은 역시 “그런 건 배가 안차는데-_-;”라고 했다.
이때 팀 선배인 박 과장이 나섰다. “부장님, 제가 얼마 전에 고기집에 다녀왔는데 육질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김 부장은 그제서야 “진짜? 오…. 그 집이 반찬도 깔끔하고 냉면도 맛있지. 가본 지 꽤 오래 됐네*^^*”라며 웃음 지었다. 결국 이 대리는 “단백질 섭취한 지 오래여서 저도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라는 메신저를 쏠 수밖에 없었다. 김 부장은 “막내가 먹고 싶다는데 사줘야지. 오늘 저녁은 그 집으로 예약해”라고 했다. 이 대리 왈, “박 과장이 얼마나 얄밉던지, 한대 쥐어박고 싶더라니까요.”
전설리/황정수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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