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 91%가 불행하지 않다는 게 진짜 현실이다

입력 2013-10-14 22:00  

한국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행복하다’는 응답이 41.5%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 때(31.3%)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은 작년 19%에서 이번엔 8.7%로 낮아졌다. 국민의 91.3%가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불행해진다는 일부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의미있는 조사결과여서 더욱 그렇다.

사실 그동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난하며, 불행하고, 앞날을 비관적이라고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 언론도 이를 부추기면서 우리 사회의 주인공들이 양극화 등으로 인해 삶이 팍팍하니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정치인들은 여기에 편승해 국가가 국민들의 불행을 치유해주고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천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변해 왔다. 박근혜 정부 역시 국민행복시대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행복주택, 행복기금 등을 내세운다.

하지만 개인의 삶을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돌릴수록 불행이라는 감정은 전염병처럼 확산되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선동과 포퓰리즘이 끼어드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은 결코 국가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헌법 상의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국가는 간섭하지 않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본질이다. 동시에 국민도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개개인의 성숙과 성장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인들이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의식이 높아져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좌이기도 하다. 행복하다는 응답률이 아주 높게 나왔다면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는 무기력증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스스로 행복할 준비가 돼가고 있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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