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운반선·FPSO 등 최고 수준의 기술 확보
화석연료 보조금 정책…재생 에너지 개발 방해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도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조선업이 발달한 한국은 천연가스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할 준비가 돼 있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의 피터 보저 회장은 1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천연가스 시장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저 회장은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산업혁명 당시 영국의 10배에 달한다”며 “세계 경제의 영향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수요는 50년 동안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염두에 둘 세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는 계획적인 도시개발이다. 보저 회장은 “아시아에선 인구 150만명 규모의 도시가 매년 생길 정도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도시개발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과 샌프란시스코, 암스테르담 등의 대중교통체계를 성공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어 보저 회장은 천연가스의 장점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그는 “석유 석탄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가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석탄의 절반 이하에 불과한 청정연료”라며 “주요 에너지원을 석유 석탄에서 가스로 교체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 개발로 가스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보저 회장은 한국의 경우 가스 운반선은 물론이고 해상에서 가스를 액화해 공급할 수 있는 FPSO(부유식생산저장출하설비)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어 가스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열더치셸이 호주 북서부 해상에서 2017년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천연가스 공급시설의 하부구조물을 삼성중공업이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보저 회장은 대기오염 방지와 보조금 정책 등 합리적인 정부의 지원책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대기오염 줄이기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새로운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저 회장은 “2011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에 지급된 정부 보조금은 2500억달러에 달한다”며 “보조금이 새로운 에너지 개발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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