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 中企 외면 여전…상담 없자 직원들 조기 철수
채용시즌이 한창인 15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중소·중견기업 채용박람회.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박람회장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구직자들도 눈에 띄었으나 상당수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이었다. 삼성그룹 공개 채용에 9만여명이 몰리고 웬만한 대기업 입사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어서는 ‘취업전쟁’과는 동떨어진 풍경이었다.
○채용 상담석 빈자리 많아
중소기업청이 주최한 이번 채용박람회는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기술력이 인정돼 정부 지원을 받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들이 참여했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고 직원 처우도 좋은 알짜 기업들이다. 90개 기업이 구직자와 면담할 수 있는 부스를 차려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상담석은 빈 상태였다. 이날 오후 들어서는 직원들조차 자리를 떠 텅 빈 부스가 많았다.
농기계 국내 1위 기업인 대동공업 부스를 찾았을 때 인사팀 직원 세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해외 영업사원 두 명을 뽑기로 한 이 회사 마혁준 과장은 “언어 구사력이 좋고 기술 이해도가 높은 구직자는 대부분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다”며 “이번에도 적합한 인재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명노선 참엔지니어링 과장은 “오전에 다녀간 취업 준비생이 10명도 채 안된다”며 “구체적인 채용 상담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직자들이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기업 월급 줘도…”
‘월드클래스 300’은 정부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지정한 기업이다. 기술 수준이 높고 직원 처우도 좋은 편이다. 대졸 초임이 연봉 4000만원인 건축물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다스아이티, 연구개발(R&D)과 해외영업 분야에서 최소 3700만원의 초임 연봉을 제시한 자동차 부품업체 평화정공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조차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R&D나 해외영업 등 전문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인재는 ‘대기업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여서 구경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중소·중견기업의 하소연이다.
절삭공구 전문기업 와이지-원의 송호근 회장은 “대졸 초임 연봉을 3200만원으로 올렸는데도 스펙이 좋은 사람은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며 “적당한 사람이 있으면 시기에 관계없이 무조건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업체 ISC의 방정호 대표는 “생산직 인력 상당수가 주부”라며 “젊은 사람을 뽑기 위해 경기 광주시에 기숙사를 짓고 있다”며 “취업준비생을 설득할 게 아니라 그들의 부모에게 ‘믿고 맡기라’는 식으로 공략하는 것이 인력난 해소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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