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락 종목 차별 심해지며 지수가 제한적으로 등락 반복땐
일반 펀드보다 시장 대응 유리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에 관심을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2011년 12월 도입 당시 9개 운용사, 12개 펀드, 1490억원 규모였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 9월 말 기준 14개 운용사, 26개 펀드, 1조6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73조원에서 66조원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낮아진 진입장벽 등이 호재
출범 초기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헤지펀드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낮아진 진입장벽을 들 수 있다. 헤지펀드가 자생적으로 성장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리 준비됐다. 대표적인 것이 헤지펀드 운용사의 진입장벽 구축이다. 초기엔 수탁액 10조원 이상인 종합자산운용사와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증권회사(자회사 방식), 투자일임수탁액 5000억원 이상인 투자자문회사만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12년 11월 이후 모든 종합자산운용사,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인 증권회사(자회사 설립 방식), 투자일임수탁액 2500억원 이상 투자자문회사로 진입문턱이 낮아졌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기대한 운용사(자문사)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도 중소형사들 가운데 헤지펀드 시장 진출 여부를 검토하는 곳이 많다.
시장 상황도 맞아떨어졌다. 국내 증시는 2011년 하반기 이후 경기성장 둔화와 매력적인 가격이란 대립 구도 속에 장기 횡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중국의 유동성 경색과 경기 둔화 흐름으로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안정적 주식 투자의 대안으로 인기를 모으게 된 계기다.
○롱쇼트 전략에 우호적 환경
헤지펀드는 투자자산과 운용전략에 따라 다양하다. 글로벌 헤지펀드 리서치 회사인 HFR에 따르면 헤지펀드 전략은 크게 롱쇼트, 이벤트드리븐, 상대가치, 매크로 전략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글로벌 헤지펀드가 주식 롱쇼트전략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한국형 헤지펀드의 경우 운용 인력과 자금 규모의 한계로 사실상 대부분의 펀드가 국내 주식 롱쇼트 전략에 치우쳐 있다. 롱쇼트 전략이란 주식 매수 포지션(롱)과 주식 매도 포지션(쇼트)을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한다. 반대로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는 종목의 경우에는 매수를 하지 않는 선택만 가능하다.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고가에 매도하는 롱온리(long-only) 전략만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롱쇼트 펀드는 이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한다.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과 동시에,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 전략을 취한다. 빌려서 매도한 주식은 향후 주가가 떨어지면 빌린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다시 매수해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이익이 발생한다.
이런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종목이나 산업별 개별장세가 나타나면 유리하다. 대다수 종목이 상승하는 강세 국면에서는 쇼트 포지션을 구축하면 오히려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지수가 제한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의 구별이 심화되는 시기엔 적극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시장 하락 위험을 일정 부분 헤지할 수 있어 일반 펀드보다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업종 간 이익 전망이 다르고, 같은 업종 내에서도 개별 기업들의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에 주가 차별화 현상은 항상 존재한다. 요즘같이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차별화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화되는 상황에선 롱쇼트 전략이 유효하다. 수출과 내수산업이 차별화되고 있는 것도 롱쇼트 전략에는 좋은 환경이다.
○주식 등과 상관성 낮아 분산투자 효과
우수한 분산투자 효과와 탁월한 절세 효과도 장점이다.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자산들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위험 분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롱쇼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펀드는 일반적인 금융상품 대비 주식, 채권과 상관성이 낮은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을 일반 주식형 상품과 함께 투자하면 포트폴리오 분산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절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효과로 인해 비슷한 운용목표나 기대수익을 지닌 주가연계증권(ELS), 해외 채권형 펀드, 재간접 헤지펀드 등보다 과표가 훨씬 낮다.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에 관심
당분간은 주요국의 정책적인 언급에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될 것 같다.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기보다 위험관리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 10% 안팎의 기대수익을 추구하고, 다양한 장점을 지닌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다만, 펀드 선택 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헤지펀드의 운용 특성상 종목 선정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오르고 내리는 종목을 반대로 고르면 성과가 크게 악화되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의 롱쇼트전략은 무엇인지, 매니저의 과거 운용 성과는 안정적인지, 수탁액은 적절한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김현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hyunkyu7.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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