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수주 불가…매출 급감 불가피
징계 대상 아닌 현대엠코 등은 '반사이익'
건설업계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공사 입찰제재 조치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수십조원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16일 4대강 사업과 판교신도시 아파트 공사 담합비리 판정으로 조달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국내 10위권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48개사가 3~15개월간 공공공사 수주를 못하게 되는 제재를 받았다. 시행은 오는 23일부터다.
○상위 10개사, 매출 손실 12조원 달할 듯
이번 조달청의 제재로 상위 10대 건설사에서만 12조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35개의 중견업체를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매출 감소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르면 당장 다음달 발주 예정인 1조5000억원 규모의 밀양~울산 고속도로를 비롯해 총사업비 9033억원짜리 김포도시철도, 6000억원 규모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연말까지 쏟아지는 대규모 공사에 대한 입찰 참여가 물거품이 됐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당장 이달 말부터 1년 넘게 입찰에 발목이 묶이면 이들 건설업체에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5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되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상장 건설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업체별로 2조원 이상의 매출 차질을 예상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 상대적으로 낮은 4개월 처분을 받은 업체도 수천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LH로부터 3~12개월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된 효성과 진흥기업 등 35개 중소형 건설사의 상황은 더 나쁘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주택사업과 소규모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신인도 하락에 따른 해외수주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D건설 해외사업담당 임원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한국 건설사들의 입찰제한 처분 내용을 해외 발주처에 알리는 방식으로 수주를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인천공항 3단계 사업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의 발주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과징금·입찰제한은 ‘이중처벌’ 불만
건설업계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이은 발주처의 공공공사 입찰제한은 한 가지 ‘죄’(담합)에 이중처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S건설 공공수주 담당임원은 “아직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한 취소소송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은 법원의 최종 판단 때까지 제재를 유보할 수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등 조달청 징계를 받은 건설사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낼 계획이다.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행정처분 취소 소송 판결시까지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담합행위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다 이중처벌 논란도 있어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10~20위권 건설사 중 이번 무더기 담합 제재를 피한 삼성엔지니어링과 두산중공업, 현대엠코, 한라건설 등은 앞으로 공공공사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김보형/김동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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