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골프아카데미 수석졸업…핸디캡 6·이글도 13번
사업도 대박보다는 꾸준한 성과 노려야
“전설적인 골프선수 벤 호건이 ‘골프는 좋은 샷의 게임이 아니라 나쁜 샷의 게임이다’라고 한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100번에 한두 번 나오는 좋은 샷에 기대기보다 나쁜 샷을 쳤을 때 최악의 경우를 막아야 골프를 잘 칠 수 있다는 설명이죠. 사업도 마찬가지로 대박 하나만 노리기보다는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관리해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박승구 한국대표(45)는 “골프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실수하더라도 최악을 피해야 하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BoA메릴린치 서울지점에서 만난 그는 공인 골프 이론가다. 미국의 샌디에이고에 있는 ‘골프아카데미 오브 아메리카’를 수석 졸업했다. 국내 IB업계에서도 고수로 손꼽힌다.
박 대표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크레디트스위스(CS)에 입사한 다음해인 1998년이다. 구력 15년인 그의 핸디캡은 6개. 이글은 13회를 기록했다. 파5홀에서 퍼팅으로 이글을 잡은 게 여덟 번에 달하고 샷으로 성공시킨 이글이 다섯 번에 이른다.
“프로 선수들도 18홀 중에 잘 맞은 샷은 몇 개 없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보통 한두 번 잘 친 샷을 보고 만족해하는데 못 친 샷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해요. 배드샷을 줄이도록 완전히 다른 연습을 해야 하는 거죠.”
CS의 은행과 증권 서울지점장을 거쳐 지난 8월 말 메릴린치의 한국대표로 취임한 그는 경영에서도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박 대표는 “IB업계가 딜 하나에 실적이 좌우되긴 하지만 굿샷 하나를 만들려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항상 공부하고 많이 준비해야 한다”며 “항상 고객에게 꾸준하게 서비스하면서 신뢰감을 쌓아야 굿샷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시기는 샌디에이고에서 보냈던 16개월이다. 그는 “IB업계에서 오래 일하면서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적어 못내 아쉬웠다. 두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2009년 CS에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떠났다”고 회상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몰고 10만㎞를 달렸을 정도로 광활한 자연을 누비면서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며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고 골프에 대한 지식은 덤이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그는 ‘골프아카데미 오브 아메리카’를 통해 골프의 역사, 스윙 이론 및 교수법, 골프 심리학, 클럽 피팅, 코스 관리, 대회 관리 등을 배웠다. 4개월씩 4학기를 다녀야 하는 골프아카데미에서 학기 중 매주 사흘간 총 25시간을 듣는 빡빡한 커리큘럼을 마치고 최고 학점을 받았다. 박 대표는 “이 기간 골프 이론과 관련된 수많은 원서를 완독했다. 이론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골프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쇼트 게임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70대인 선생님은 ‘골프는 원래 안 맞는 운동이다. 안 맞는다고 열받지 말고 홀아웃할 때 그린에서 티박스를 되돌아보라’고 조언하셨어요. 보통 스코어에 집착하면서 앞만 보고 공을 치는데 뒤를 돌아본 풍광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골프장에서는 즐기면서 내가 걸어온 길도 한번 뒤돌아보라는 말을 아직도 가슴속에 새기고 삽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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