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연 8% 이자…솔깃하세요?

입력 2013-10-16 21:42  

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제가 아는 사람 얘기를 해 드릴게요. 2004년 은행에 적금을 들러 갔다가 창구 직원이 권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자 환매를 했습니다. 지수가 800대에서 2000대까지 올랐으니 수익률이 꽤 좋았습니다. 환매한 돈은 저축은행 예금에 넣었습니다. 똑같이 5000만원까지 예금보장이 되는데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연 1~2%포인트 정도 더 높았으니까요.

후순위채·CP 고금리의 유혹

만기가 지나자 그 저축은행에선 3개월마다 이자를 주는 만기 5년3개월짜리 후순위채가 발행되니 청약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금리는 연 8.5%. 후순위채는 발행한 회사가 망하면 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좀 알아봤습니다. 그 저축은행은 당시 재무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소위 ‘88클럽’에 속해 있었습니다. 부실여신비율이 8% 미만이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8%가 훨씬 넘었습니다. 겉으론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청약경쟁률이 높아 아쉽게도(?) 절반 정도만 배정받았습니다.

그런데 투자 부실이 커지면서 이 저축은행도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후순위채는 휴지 조각이 됐죠. 불완전판매 논란과 투자자 소송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뭔가 해볼까 싶었지만 솔직히 위험을 알고 투자한데다 들여야 하는 품과, 손실액, 보상 가능성 등을 저울질해보고는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느냐고요. 어, 친하거든요.)

요즘 동양그룹 계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위험을 알면서도 연 7~8%대 수익에 솔깃해 투자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투자자의 60%는 CP 등에 2회 이상 투자했고, 세 번 이상 투자한 사람도 30%가 넘는다고 합니다. 물론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날리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많습니다.

문제는 투자설명서에 투기등급 표시와 고위험성에 대한 안내가 있고, 투자자들이 직접 서명을 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 입증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증거가 있어 불완전 판매로 인정받거나 ‘사기 발행’으로 판명이 나 보상받게 되더라도, 그동안의 맘고생과 기회비용은 또 얼마나 큰가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멀리는 1999년 대우채 사태부터 저축은행 후순위채, LIG건설 CP사태 등등. 투자세계엔 변함없는 법칙이 있습니다. ‘고위험 고수익’입니다. 돈 빌리는 사람이 이자를 많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급하다는 얘기고, 다시 말해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입니다.

금융상품 리스크 알고 투자해야

투자할 때는 본인이 얼마나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 꼭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녀 대학 등록금을 고위험 상품에 넣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겠습니까. 보통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들의 설명을 대략 듣고는 형광펜으로 표시된 곳에 이름과 날짜를 적고 서명합니다. ‘복잡한 설명서를 누가 다 읽어보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투자는 본인 책임입니다. 귀찮더라도 꼼꼼히 봐야 합니다.

금융당국도 거창한 ‘투자자 보호’만 외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50쪽이 넘는 펀드 설명서를 8쪽으로 줄였다지만, 아직도 길고 어렵다는 불평이 많습니다.

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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