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득격차나 거주지역에 따른 차별 없이 고압송전탑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중화(地中化) 관련 자료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중화란 송전탑을 지상에 세우는 대신 선로를 땅에 묻는 것을 말한다. 최근 경남 밀양 일부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지중화를 요구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서울과 인천의 지중화 비율이 각각 88.2%, 62.4%인 반면 강원(0.7%) 경북(0.9%) 등 농촌 지역 지중화 비율은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서울 내에서도 종로구와 동대문구가 100%인 데 반해 노원구와 은평구는 각각 37.2%, 50.4% 등으로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고 주장했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도 “경북 지역의 지중화 비율은 전국 평균 10.7%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지중화 불평등, 환경 불평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의원들의 보도자료만 보면 송전탑은 농촌과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체 자료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수도권인 경기의 지중화 비율은 11.7%로 제주(35.9%)의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관악구와 금천구의 지중화 비율은 각각 100%, 96.1%로 강남구(89.9%)와 서초구(88.4%)보다 높다.
한전의 원칙은 ‘송전선로는 지상에 놓는 것’이다. 지중화보다 송전탑 건설이 시간과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초고층 빌딩 밀집지역이나 인구가 많은 지역 등 송전탑을 세우기 어려운 경우 선로를 땅에 묻는다. 의원들의 지적대로 강원 경북이나 노원구 은평구가 지중화율이 낮은 것은 상대적으로 산이 많고 인구 밀집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의원들이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갈등이 심한 문제일수록 과학적 근거를 갖고 논의해야 한다. 객관성을 잃은 의원들의 주장이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과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미현 경제부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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