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에선 이해하기 힘든 표현
한국의 농식품 홍보사업이 ‘콩글리시’ 때문에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배포한 농수산식품공사(aT) 국정감사 자료에서 “정부가 만든 한국 농식품 홍보물이 어색한 영어 표현 때문에 외국인들의 조롱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표현은 ‘글로벌 K-FOOD 프로젝트’의 홍보물에서 쓰인 ‘굉장한 미역(fabulous seaweed)’ ‘고요한 유자차’(calm citron tea)’ ‘로맨틱한 버섯(romantic mushroom)’ ‘기분좋은 파프리카(pleasant paprika·사진)’ 등이다. 이 같은 표현이 한국에선 통할지 몰라도,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K-FOOD 홍보 동영상이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선 해외 네티즌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형용사를 랜덤으로 뽑아 음식 이름에 마구잡이로 붙여 놓은 것 같다” “파프리카(영어권에서 ‘bell pepper’로 쓰이는 경우가 많음)가 도대체 뭐냐” “버섯이 로맨틱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 등이다.
글로벌 K-FOOD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한국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15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중 홍보동영상 제작과 방영 배포 등을 위한 미디어 관련 예산이 65억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한국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선 이 같은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영어권 문화에선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이라며 “현지 문화를 고려하지 않아 생긴 실수”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일관성 없는 농식품 브랜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K-FOOD 홍보동영상에선 고추장을 ‘red pepper paste’라고 소개하고 있다. aT가 운영하고 있는 한식세계화 공식 홈페이지의 표기 ‘gochujang’과는 다르다. 하나의 식품을 두 개의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유자를 ‘citron’으로 표기하거나 팽이버섯을 ‘mushroom’으로 뭉뚱그려 표기한 것도 한국 식료품의 고유성을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홍보를 위한 광고물이기 때문에 인상적인 수식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보는 사람에 따라 어색하게 느낄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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