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995년 이후 처음 짓는 원자력발전소에 중국이 자본을 대기로 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고대하던 원전 산업의 선진국 시장 진출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중국 원전 건설회사인 중국광허집단과 프랑스전력공사(EDF)에 새 원전 건설을 맡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남서부해안 힌클리포인트에 2기의 원전을 140억파운드(약 24조원)에 짓는 사업이다. 광허집단은 필요한 돈을 대고 EDF는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콜더홀발전소를 가동하며 관련 분야에서 앞서 나갔지만 1997년 노동당 정부 집권 이후 원전 추가 건설이 중단됐다. 2010년 보수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값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큰 폭의 재정적자와 18년간의 기술 공백으로 다른 나라의 손을 빌려 원전을 짓는 신세가 된 셈이다.
광허집단이 자본을 대면서 운영권의 상당 부분도 차지할 전망이다. FT는 “운영 과정에서 기대보다 높은 전기료를 부과하면 영국 정부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오는 21일 정식 발표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 측은 원전 건립 과정에서 EDF의 원자로 설계 기술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중남미 등지에서 한국 및 일본업체들과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광허집단의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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