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몰리는 크라쿠프 단지
모토로라 등 112개사 진출…稅혜택·기업협업 환경 지원…삼성전자도 R&D센터 검토
"종업원 책임감 강하다"
한명이 금형기계 8대 관리…삼성 "주야 2교대 풀가동"
#1.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포즈난 지역의 삼성전자 브론키 공장. 지난 8일 이곳의 현장직원들은 레일 위에서 움직이는 냉장고의 바코드를 찍어 제품에 맞는 부품인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럽 각국으로 수출되는 수십종의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육안으로 맞는 부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자동화 시설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는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엔지니어 한 사람이 한 대의 냉장고 금형기계를 관리하지만 폴란드 공장에선 한 사람이 8대를 조작한다. 김도형 삼성전자 폴란드 법인장(상무)은 “폴란드 근로자들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며 “유럽 가전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주야 2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체코와의 접경 지역에 있는 크라쿠프 생명과학클러스터. 지난 9일 클러스터 건물 3층에 있는 셀비타 연구실에선 암치료제 연구가 한창이었다. 2007년 과학기술단지 지원을 받아 창업한 셀비타는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중 하나다. 2011년 주식시장에 상장됐고 현재 직원 수는 150여명으로 박사학위 소지자만 50명이 넘는다. 카지미에시 무르진 생명과학클러스터 재단 이사장은 “83개 기업, 3만명의 직원이 클러스터에서 일하고 있다”며 “작은 회사라도 클러스터 내의 국제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선진 기술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빠르게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공장’으로 불리던 폴란드가 과학기술 중심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폴란드 투자청의 초청으로 찾은 폴란드는 정부 차원의 제조업 투자와 함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었다.
폴란드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연구개발(R&D) 분야다. 마워폴스키에주의 주도인 크라쿠프에 있는 과학기술단지에는 모토로라, 셸, 미국의 인쇄기업 RR도널리 등 112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크라쿠프는 인구 7만명 중 대학생이 2만명인 대학 도시로 양질의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과학기술단지는 주정부와 함께 내년부터 단지 내 건물을 확충하고 투자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330억유로(약 48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크쥐스토프 크쥐스토피아크 크라쿠프 과학기술단지 부사장은 “지원금뿐 아니라 세계 각국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삼성전자도 바르샤바에 이어 이곳에 R&D 센터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IT 분야 성장률은 14%가 넘는다. 올기에르드 제콘스키 폴란드 대통령 경제비서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며 “폴란드 GDP 중 3% 이상이 IT 소비 분야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투자도 계속된다. 폴란드투자청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동(東) 폴란드에 진출하는 회사에 혜택을 늘릴 계획이다. 이 지역은 농업, 축산업 등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다. 아르카디우스 타르노브스키 폴란드 투자청 지역개발부 부국장은 “투자 기업은 투자금의 50~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며 “가스, 전기, 수도 등 인프라부터 법률 지원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샤바·크라쿠프=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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