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공원은 제 음악의 자양분"

입력 2013-10-20 20:58   수정 2013-10-21 05:11

23일 새 앨범 '꽃은 말이…' 발매
내달 K아트홀서 공연 루시드폴



오는 23일 발매 예정인 가수 루시드폴(본명 조윤석·사진)의 6집 음반 ‘꽃은 말이 없다’를 들으며 처음 든 궁금증은 “이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였다. 분명 일상을 소재로 전 곡을 직접 만들었는데 ‘강’ ‘나비’ ‘햇살은 따뜻해’ ‘바람 같은 노래를’ ‘늙은 금잔화에게’ 등 자연을 소재로 한 노래가 앨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래를 들었을 때도 햇살이 나른하게 내리쬐는 어느 한적한 교외 풍경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를 만나 먼저 어디에 사는지부터 물어봤다. 앨범 작업을 위해 교외에서 지내다 왔다는 답변이라도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 루시드폴이 사는 곳은 서울 한복판인 가회동. 2009년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삼청동과 가회동에서만 살았다고 했다. 그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곳은 바로 삼청공원. “강아지 산책시키기도 참 좋아요. 나무들도 자세히 보면 종류가 다 달라요. 여름에는 개구리, 맹꽁이도 많고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요.”

도시 한복판에서 도시를 떠올리기 힘든 소재들을 찾은 셈이다. “크고 화려한 소리들이 넘쳐나요. 특히 도시는 그렇지 않으면 자기를 어필할 수 없거든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제 음악은 음량이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아요. 바람이나 새, 비 소리는 도시에 있으면서도 다른 소리에 가려지게 되죠. 제 음악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앨범 발표를 기념해 내달 6~17일(월, 화요일 제외)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중앙부에 둥글게 무대를 설치하고 관객석이 이를 둘러싸도록 해 색다른 공연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1998년 인디밴드 미선이로 데뷔했으니 그도 어느덧 15년차 중견 가수다. “제 친구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산책할 때 두 배로 느리게 걸어보면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고요. 저도 해봤는데 10분을 넘기는 게 어려워요. 하지만 그렇게 천천히 걸을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건 확실해요. 음반도 마찬가지예요. 미니앨범이나 싱글이 더 많아졌지만 저는 1시간 남짓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반 한 장에 담아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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