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회원 등 신도 1200명 참여
“대자대비민중생 대희대자재함생….”
목탁소리와 함께 진행자가 예불대참회문을 독송할 때마다 1배씩 절을 올린다. 1배, 1배, 또 1배…. 금세 등에 땀이 배고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절을 올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모든 이들이 잘되게 해 주소서” 하고 발원한다.
20일 오후 3시40분께 경남 가야산 해인사 경내 성철 스님 사리탑전. 둥근 공 모양의 사리탑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조성돼 있는 사리탑전에 절을 올리는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성철 스님 열반 20주기(24일)를 앞두고 일체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3000배 참회법회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다.
성철 스님 제자들과 인연이 있는 사찰 신도와 일상적으로 3000배 수행을 하는 인터넷 카페 ‘수미산’ ‘거사림’ ‘삼천배’ ‘영원한 자유’ 회원 등 700여명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3000배를 향해 정진해 왔다. 카페 회원은 이미 전날 500여명이 3000배를 하고 돌아갔다. 이날 오후 3시까지 2000배를 마치고 30분의 휴식 끝에 다시 시작한 절하기는 마치 시계추가 오가듯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됐다.
2년 전부터 매달 한 차례 3000배를 해온 직장인 ‘현광’씨(법명)는 “3000배는 할 때마다 힘이 들지만 하고 나면 고생한 것 이상의 보람이 있다”며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도하면 힘이 들지만 모든 이웃이 잘되게 해달라고 기원하면 훨씬 힘이 덜 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직장인 정경희 씨는 14년째 매일 3000배를 해온 베테랑. 2000배를 한 뒤라 얼굴은 상기됐지만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정씨는 “절은 몸과 마음을 바로세우기 위한 수행”이라며 “자기를 바로 보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날마다 되새기며 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기 전까지 머물렀던 해인사 백련암에선 스님의 1주기였던 1994년부터 열반일(음력 9월20일)에 즈음해 ‘칠일칠야팔만사천배 참회기도’를 드려 왔다. 열반일 1주일 전부터 7일간 하루 1만2000배씩 릴레이로 절을 하는 참회기도로 날마다 주제를 정해 기도한다.
첫째 날엔 마음이 불행하고 몸이 아픈 이들을 위해, 둘째 날엔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셋째 날엔 삶의 자유와 권리를 잃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식이다. 올해에는 지난 17일 팔만사천배를 시작했고, 사리탑전의 3000배 기도는 열반 20주기를 기념해 이와 별도로 진행됐다.
백련암 감원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은 백련암으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3000배를 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그들에게 ‘남을 위해, 일체중생의 행복을 위해 절을 해라. 나와 우리 집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헛것이다’고 귀가 따갑도록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3000배를 하다 보면 마음에 뭔가 변화가 오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남을 위해 절하던 것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되며, 결국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백련암에선 남을 위해 절하기가 20년째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4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적게는 30~40명, 많게는 100여명씩 와서 3000배를 하고, 7일7야 3000배를 하는 모임도 있다. 원택 스님은 “절에서나 집에서나 3000배를 10년, 20년 넘게 한 사람도 적지 않다”며 “남을 위해 기도하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실천하다 보니 백련암을 떠나지 않는 ‘고인물 신도’들이 많다”고 전했다.
해인사(합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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