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7월부터 車·반도체 수출 증가세…원화 강세까지 겹친 한국엔 '먹구름'

입력 2013-10-20 21:26  

무협 보고서 '엔저 1년, 對日 수출경쟁 경고등'

한국, 상반기 日수출
작년 동기대비 11%↓
가격 아닌 '품질'로 승부를




일본 정부가 엔저(엔화 약세) 정책을 추진한 지 1년 만에 일본 기업의 전 세계 수출이 빠르게 늘기 시작하면서 한국 수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계속 하락(원화 강세)하며 달러당 1060선에 근접, 수출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일 ‘엔저 1년,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 경고등’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글로벌 수출이 지난 5월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엔저 영향 … 日 수출 본격 증가

엔저 현상은 지난해 10월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본의 수출 증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작년 9월 달러당 80엔 수준이던 환율을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100엔 수준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은 예상만큼 빠른 속도로 늘지 않았고, 경쟁품목이 많은 한국 기업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일본 수출은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6.3% 반짝 증가하는가 싶더니 2월에는 오히려 2.9% 감소했다. 3, 4월도 증가율이 각각 1.1%, 3.8%에 그쳤다.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5월 수출이 무려 10.1% 늘었고, 6월 7.4% 증가를 거쳐 7, 8월에는 각각 12.2%, 14.6%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승용차와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7월부터 급격한 증가세로 전환됐다. 또 철강제품과 자동차 부품, 내연 엔진 등의 수출 감소세도 크게 둔화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엔저 효과가 점차 커지면서 ‘달러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만간 한국 수출에 ‘빨간불’

수출 통계에 큰 변화가 없지만 세부적으로는 엔저가 이미 국내 기업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3년 상반기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한 2767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으로의 수출은 같은 기간 11.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위기 여파가 남아 있는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감소율(-3.8%)보다 세 배가량 더 크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0.0%) 중국(9.8%)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 호조가 이를 상쇄하지 못했다면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엔저가 머지않아 신흥국 등으로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본 기업들이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추고 있어 일본 외 다른 지역에서도 곧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60원 선까지 내려가는 등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품질 경쟁력이 있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이 없었다면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 실적은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엔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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