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3] "한국 직장인 90% 업무 몰입 못해…부하 잘 이끌 리더 키워야"

입력 2013-10-20 21:36   수정 2013-10-21 14:26

인터뷰 / 래리 이몬드 갤럽 APAC 사장

매출만큼 중요한 몰입도 지수, 성장 가늠하는 지표 삼아야…한국은 세계 평균도 못 미쳐
후천적 경험·지식뿐 아니라 타고난 재능 채용에 반영해 재능 키우는 쪽으로 육성



“한국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있을 뿐,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개선하는 게 한국 기업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래리 이몬드 갤럽 APAC(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투자는 직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의 몰입이 뒷받침될 때 최대로 실현된다”며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직원 몰입도 지수’를 주가나 매출액, 수익만큼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몬드 사장은 다음달 5~7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 참가, 6일 기조세션Ⅰ에서 연사를 맡아 ‘글로벌 기업의 성공경영학’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이몬드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혁신을 선도하려면 인재개발 분야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2011~2012년 글로벌 업무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업무에 몰입하는 한국 직장인 비율은 전체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67%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으며, 22%는 ‘적극적 비몰입’ 상태로 업무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은 2년마다 전 세계 직장인의 업무 몰입 정도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근로자가 재료와 장비를 적절히 사용하는지, 근로자의 의견이 생산성 개선에 반영되는지, 최근 6개월 사이 업무 향상과 관련한 재교육을 받았는지 등 12개 지표를 통해 몰입도를 산출한다. 2011~2012년 보고서는 전 세계 142개국 약 23만명의 직장인을 상대로 조사했다.

이몬드 사장은 “한국 직장인의 몰입도는 미국(30%)이나 글로벌 기업(63%)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뿐 아니라, 전 세계 평균인 13%에도 못 미쳤다”며 “직장에서의 몰입 실패는 조직원들의 타고난 성향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잘못된 관리로 인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 있는 팀 리더를 개발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몬드 사장은 “기업이 ‘선장을 잃은 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를 이끌어갈 부문별 리더를 개발하고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데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장기불황이 이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뿐 아니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적 측면에서 회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통계·조사 전문기관으로 잘 알려진 갤럽은 전 세계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인적자원(HR) 컨설팅도 해준다. 통계분석기법에 행동경제학을 결합해 직원 채용 및 능력 개발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 이몬드 사장은 20년간 갤럽에서 HR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온 인사 전문가로,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미국 서부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이몬드 사장은 직원을 고용할 때 후천적으로 얻은 지식뿐 아니라 ‘타고난 재능’을 평가하는 데도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술과 지식, 경험을 평가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정작 잠재적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재능을 평가하는 데는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업무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으므로 이 재능을 극대화하는 게 후천적인 노력에 의한 것보다 훨씬 좋은 업무성과를 낼 수 있다”며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고용할 때부터 재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후 그 재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인재 육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몬드 사장은 인재들이 어떤 회사를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갤럽은 특정 구직자 집단을 대상으로 직업을 찾을 때 중요시하는 요소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는 “돈 같은 인센티브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보수보다는 업무 성취감과 회사 내 교감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며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있고, 자신들의 발전에 대해 신경을 써주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회사의 목표(mission)와 문화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등 구직자들의 성향은 그의 배경과 목표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며 “누군가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특징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약력
△1989년 샌디에이고주립대 국제경영, 아시아학 학사 △1992년 갤럽 도쿄지사 대표 △1998년 갤럽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겸 이사회 이사 △2008년 갤럽 아시아·미국서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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