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시범운영' 경북 영양군] 농촌 주민 "동네 보건소서 종합병원 진료 받으니 좋아요"

입력 2013-10-20 21:39  

강릉·보령시·영양군 등 3곳 시범사업지역 선정
병원·공중보건의 부족 원격진료로 메워
의료사고 없어…청송·울진 주민 "우리도 해달라"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이 없는 지역에 △원격진료 △방문간호 △재택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시범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운영주체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다. 강원 강릉시와 충남 보령시, 경북 영양군 등 세 곳이 시범사업 지역으로 2008년 선정됐다.

◆의약품은 소포나 택배로 보내

영양군의 원격진료 건수는 첫해인 2009년 1770건에서 지난해 4853건으로 2.74배 늘었다. ‘앞으로 계속 원격진료를 이용하겠다’는 주민 응답이 84.6%(지난 5월 조사결과)에 이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김춘화 영양군보건소장은 “원래 2009년 말까지 1년 동안만 시범운영하려던 사업이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이듬해 연장했고 2011년에는 ‘의료법 개정이 될 때까지 무기한 시행’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때부터 계속 원격진료 사업을 지켜봤는데 의료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주민들도 믿고 원격진료를 받으러 온다”고 설명했다.

천식과 피부 알레르기, 당뇨를 함께 앓고 있는 이진경 씨(46)는 “고추 수확철이라 바쁜데도 진료소에 잠깐 들러 의사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의사와 화상으로 10분이나 얘기했고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매달 먹어야 하는 전문약들은 소포나 택배로 집에서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게 이씨의 얘기다.

◆민간병원·공중보건의 모두 부족

원격진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외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토면적 대비 의사 수(의사밀도)가 ㎢당 0.98명으로 캐나다(0.01명), 노르웨이(0.06명), 미국(0.08명), 일본(0.75명)보다 많지만 농촌이나 산간오지의 의료 접근성은 오히려 뒤처진다. 영양군처럼 사람 수가 많지 않고 노인 비중이 높은 산간오지나 도서지역에는 의사들이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3411명이었던 전국 공중보건의 숫자는 지난해 282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줄어든데다 여학생 의대 진학 비율이 50%에 육박하면서 ‘군 복무를 대신해 3년간 농어촌 등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줄었다.

김 소장은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료취약계층이 상급 의료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원격진료뿐”이라고 말했다. 영남대병원은 영양군 원격진료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217건의 진료를 했다. 류머티스관절염센터를 최근 개설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류머티즘 및 퇴행성 관절염 환자 70명을 지난해 진료했다.

이경연 영양군보건소 주무관은 “영양군 주민들이 손쉽게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울진군과 청송군 주민들이 ‘우리도 원격진료를 받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원격진료 시스템 오류 없었다”

영양군은 복지부, 경북도, 영양군청이 11억원을 투자해 2009년 1월부터 시범 사업을 해왔다. 병원에서 초진을 받은 ‘재진환자’가 대상이다. 환자가 살고 있는 곳에 가까운 보건진료소에 가면 간호사가 혈압·혈당·몸무게 등을 확인한다. 병원은 이 정보를 분석해 환자의 최근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 화상모니터를 통해 환자와 상담한다. 약은 처방전을 자동으로 받은 약국이 환자에게 보낸다.

원격진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트컴퓨터의 송인옥 홍보팀장은 “일부에서 걱정하는 전산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부정확한 진료나 오진은 한 건도 없었다”며 “시범사업이어서 아직은 수익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시장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고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시스템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군이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적극 나선 것은 이 지역에 ‘종합병원’과 ‘특정 질환을 다루는 전문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영양군 사람들은 안동시로 나가야 했다.

산간오지가 많은 강원도 역시 강릉시에서만 한정적으로 시행했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강원지역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강원지역 18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17곳에 있는 72개 의료기관(대학병원 4곳 포함)에 원격 화상진료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 강원도는 올해 안에 강원도 내 모든 보건소(18개 지자체, 153개 의료기관)로 범위를 넓혀 원격진료를 확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이를 위해 40억원의 원격진료 시행 예산을 별도로 마련해 집행했다.

반면 충남 보령은 민주당 소속 이시우 보령시장이 원격진료 추진에 소극적인데다 서비스 유지보수 문제를 놓고 업체 간 갈등까지 빚어져 시범사업이 지지부진하다. 2011년까지 누적 이용자 수가 710명에 불과했고, 이후 보령시는 운영실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영양=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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