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섬의 오솔길…보고 느끼며 걷다 보면 '힐링'

입력 2013-10-21 06:58  

국내여행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미륵도 ~한산도~ 비진도~연대도~매물도 ~소매물도 섬 사이로 이어진 42.1㎞

100여개의 보석처럼 박힌 섬…발길 닿는 곳마다 빼어난 경관
특특한 문화·역사 체험까지 섬지방의 풍부한 먹거리는 '덤'




여행 팁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은 홈페이지(ecotour.knps.or.kr)를 통해 먼저 둘러볼 수 있다. 바다백리길에 가려면 통영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섬 곳곳으로 가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된다. 6개 전 구간은 하루에 모두 둘러볼 수 없다. 두 개 섬을 묶어 계획을 짜면 훨씬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거제 저구 여객선터미널에선 매물도해운(055-633-0051)이 소매물도와 매물도로 4차례 출항하며 단체관광은 사전예약도 할 수 있다. 주말과 성수기엔 증편한다. 사전에 전화로 문의하는 게 좋다. 통영 서호동 여객선터미널에선 유성해운(055-645-3329)이 한산도로 하루 10차례 출항하며, 한솔해운(055-645-3717)이 비진도·소매물도·매물도로 세 차례 배를 띄운다.

통영 유람선터미널(055-645-2307)에서도 한산도·비진도로 갈 수 있으며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명사 유람선터미널(055-632-6226)에선 매물도로 수시운항하며, 연대항의 섬나들이호(017-547-7348)도 하루 4차례 연대로 향한다. 통영요트학교(055-641-5051~2)를 통해서도 비진도, 한산도로 8~21인승 배를 1인당 1만원에 이용할 수 있고, 마리나리조트의 크루즈요트(055-640-8180)로도 비진도, 한산도로 갈 수 있다.

경남 거제 지심도에서 여수 오동도에 이르는 푸른 바다에는 100여개의 초록빛깔 보석들이 하늘에서 뿌려진 듯 점점이 떠 있다. 섬과 바다, 육지가 어우러져 마치 바다 위로 산맥이 이어진 듯한 장관이 시작되는 곳. 그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하다 할 수 없겠지만 그중에서 경남 통영이 거느린 작고 아름다운 섬 6곳을 잇고 이어 100리 길을 냈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다. 섬마다 한 바퀴를 일주하거나 가로질러 섬의 가장 아름다운 구석구석을 만나는 길이 펼쳐진다.

지난 10일 완전 개통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4월부터 2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미륵도(달아길), 한산도(역사길), 비진도(산호길), 연대도(지겟길), 매물도(해품길), 소매물도(등대길) 등 6개 섬의 작은 오솔길을 재정비해 트레킹 코스로 만든 것. 전체 길이가 100리를 웃도는 42.1㎞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은 자동차로 도착한 지점에서 바로 출발하는 데 비해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은 배로 이동해 도보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바다백리길은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 비해 거리가 가장 짧지만 수십 종의 천연기념물로 둘러싼 자연생태, 발길 닿는 곳곳마다 명불허전인 비경들, 섬 고유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데다 전 구간이 국립공원인 유일한 길이다.

○바다백리길 시작점 ‘미륵도 달아길’

통영대교를 건너 육지처럼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미륵도에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 시작된다. 산줄기를 따라 미륵도를 비스듬히 관통하는 총 길이 14.7㎞의 달아길은 바다백리길 여섯 구간 중 가장 긴 코스다. 다 걸으려면 5시간가량 걸린다.

미륵도에는 미륵산 케이블카를 비롯해 미래사 등 볼거리가 많고 도로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달아길은 야소마을에서 산양마을까지 짧은 구간을 제외하면 줄곧 산길이다. 대단히 험하고 큰 산은 아니지만 등산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적합한 길이다. 한번에 5시간을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미래사에서 야소마을까지, 산양마을에서 달아전망대까지 나눠서 걷는 것도 방법이다.

○충무공 숨결 느끼는 ‘한산도 역사길’

두 번째 구간인 한산도 역사길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지휘했던 본영인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된 조선 수군의 근거지이자 최대 전승지인 한산대첩의 현장, 한산도에 있다. 제승당에서 배를 내려 덮을개를 지나고 섬의 최고봉 망산(293m)을 넘어 진두에 이르는 12㎞의 제법 긴 역사길은 크게 망산 이전과 망산 이후로 나눠지며 걷는 데 4시간가량 걸린다.

걷기에 무난한 편이지만 대촌삼거리를 지나 망산으로 향하는 동안에는 약간의 오르막을 감수해야 한다. 코스 내내 솔숲과 때죽 군락, 편백과 개서어나무, 육박나무 등 풍성한 산림이 있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산호빛 바다로 풍덩, ‘비진도 산호길’

섬에 미인이 많았다고 해서 미인도로 부리는 비진도는 충무공이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기도 하다. 이 섬에 펼쳐진 비진도 산호길은 총 4.8㎞로 소요시간은 3시간. 섬의 주봉인 선유봉(312m)을 에두른 바다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길은 내내 바다와 섬의 푸른 풍경 사이를 가로지르더니 불쑥 선유봉을 넘나드는 짙은 숲으로 발길을 이끈다.

그 사이 원시림의 풍경을 짐작케 할 만큼 신비로운 동백숲을 지나고 두 눈이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가더니 졸참나무와 서어나무 군락, 다시 동백군락지를 넘어 후박나무와 때죽나무 사이로 가파른 길을 오르는 등 섬의 갖은 식생이 선사하는 자태에 눈의 호사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산호길은 구간이 짧은 대신 가파른 길이 많아 상대적으로 탐방시간이 길다.

○벗과 함께 걷는 ‘연대도 지겟길’

4구간인 연대도 지겟길은 총 길이 2.3㎞, 소요시간 1시간30분으로 바다백리길 중 가장 짧다.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오가던 길이라고 해서 ‘지겟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숲 사이로 난 지겟길은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호젓한 오솔길이다. 코스가 길지 않을 뿐 아니라 가파른 구간도 없어 혼자보다는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은 길이다.

특히 연대도는 화석에너지 사용이 전혀 없는 ‘탄소배출 제로섬(에코 아일랜드)’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회관 겸 방문자센터와 경로당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하우스로 지어졌다. 지겟길 입구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다.

○일출·일몰 보며 걷는 ‘매물도 해품길’

섬 전체가 개선장군이 안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매물도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특이한 지형을 가진 섬이다. 이 섬에 조성된 해품길은 길이는 5.2㎞로 3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돌미역으로 가득한 당금항에서 시작되는 해품길은 장군봉(210m)을 거쳐 대항마을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바짝 끼고 이어진다. 장군봉에서 섬 서쪽 끄트머리인 꼬돌깨까지 이어지는 길은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장관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을 연결하는 고갯길은 거친 바다를 벗하며 살아가는 어민들의 발로 다져진 길이다. 조금 서둘러 걸으면 2시간 만에 돌 수 있지만 걷다보면 발길을 붙드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한려수도의 백미 ‘소매물도 등대길’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의 마지막 구간인 등대길은 한려수도의 백미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소매물도에 있다. 총길이 3.1㎞인 등대길은 선착장에서 시작해 소매물도 등대에 이르는 구간으로 1시간10분 정도면 걸을 수 있지만 등대섬에서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소요시간은 2시간 이상이다.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152m)은 등대섬을 바라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소매물도 본섬과 등대섬을 잇는 70m의 몽돌길인 열목개는 물이 들고남에 따라 길이 열리고 닫히는 기이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통영 = 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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