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 삼악산·100년 고택서 하룻밤…혼자라서 더 좋다

입력 2013-10-21 06:58  

국내여행

나홀로 춘천
호수와 한옥



혼자 하는 여행은 가볍다.
다른 사람과 스케줄을 맞추거나
의견 조율할 필요 없이 훌쩍 다녀오면 그만이다.
순서나 속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발길 닿는 대로, 원하는 대로 즐기면 그뿐이다.
다만 나홀로 여행이 처음이라면
장소 선택이 고민일 터.
하지만 익숙한 듯 낯선 매력이
가슴 두드리는 여행지라면 한시름 놔도 좋다.
이를테면 춘천 같은 곳 말이다.

○호수를 독차지하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도심 바로 옆에는 의암호, 동북쪽에는 소양호, 서북쪽에는 춘천호가 있다. 그래서 춘천은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섬과 같다. 춘천에서 호수를 만나는 것이 제주에서 바다를 만나기 만큼 쉽다는 얘기다.

그렇다 해도 분명 호수 감상을 위한 명당은 따로 있다. 그중에서도 소양강댐 정상길(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산 73의 6)과 삼악산장(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40의 4)은 혼자만의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명당으로 꼽힌다. 2011년 12월 개방된 소양강댐 정상길은 이름처럼 댐 정상을 걸어 건너편 산에 있는 팔각정 전망대에 이르는 산책길이다. 왕복 거리는 2.5㎞. 자분자분 걸어도 4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댐 위에서 바라보는 소양호와 소양강은 아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심심한 물줄기는 초록의 산자락을 만나 한결 경쾌하고, 말그레한 호수는 하늘과 맞닿아 푸르고 청초하다. 또 댐 꼭대기를 지나 팔각정 전망대에 이르면 소양호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바람결에 땀을 식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단, 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열린다. 특히 12월에서 2월 사이엔 오후 4시면 문을 닫으니 시간을 잘 맞춰가야 한다. 산책이 끝나고 어쩐지 아쉽다면 근처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에 다녀와도 좋다.

삼악산장(033-243-8112)은 그림 같은 의암호의 풍경을 향기로운 차와 함께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의암호를 끼고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삼악산이 보이고, 그 중간 즈음에 거짓말같이 서 있는 새하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삼악산장이다. 삼악산에 숨어든 이 비밀 산장은 원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하던 건물로 지금은 찻집으로 얼굴을 바꿨다.

산장에 가려면 삼악산 의암매표소에서 산길을 따라 200m쯤 올라야 한다. 초입부터 깊은 계곡에 든 것 마냥 커다란 바윗덩이와 우거진 나무가 즐비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힘들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 중턱 절벽에 자리한 산장은 작고 아담하다. 바깥 좌석을 다 합쳐도 스무 개가 채 되지 않는다.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의암호의 시원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 한 잔 시켜 놓고 온종일 쉬었다 가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운이 좋으면 메뉴에 없는 차를 대접받을 수도 있다. 나뭇잎을 접시 삼아 내오는 다식도 기분을 들뜨게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을 여닫는 날이 일정치 않아 마음 내키는 대로 드나들기 어렵다는 것. 주로 금·토·일 주말에만 손님을 받지만 때에 따라 주중에도 문을 연다고 하니 방문 전 반드시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산속에 있는 만큼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검색하면 엉뚱한 곳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주소로 근처까지 간 다음 주변을 둘러보며 삼악산 의암매표소를 찾는 게 빠르다.


○건강을 위한 뜨거운 선택

바쁜 일상에 지친 당신, 여행까지 바쁠 필요는 없다. 여기저기 구경은 잠시 접어두고 찜질방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춘천까지 가서 웬 찜질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즐겨보면 그 이유를 저절로 알게 된다.

춘천시 삼천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나무향기’(033-241-9877)는 찜질방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만큼 아름답다. 한옥과 현대식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외관은 차분하면서도 젊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안에는 목재와 석조가 조화를 이룬 고풍스러운 건물에 운치 있는 마당과 연못까지 갖췄다. 마치 일본 전통 료칸에 놀러 온 기분이다.

나무향기가 조용히 쉬었다 가기에 제격이라면 춘천시 동면 월곡리 241의 ‘옥산가 옥찜질방’(033-241-0300)은 휴식과 함께 다양한 재밋거리까지 찾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옥산가 옥찜질방은 실제 옥을 채굴하는 광산에서 운영하는 찜질방이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옥에 둘러싸여 찜질할 수 있음은 두말 할 필요 없다. 찜질방은 내벽뿐 아니라 천장과 바닥까지 모두 옥광산에서 채굴한 옥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찜질로 옥의 기운을 듬뿍 받았다면 이젠 물맛을 느낄 차례. 찜질방 내 모든 물은 옥광산 지하 옥벽에서 용출되는 천연 알칼리 환원수인 옥정수를 사용한다. 옥정수는 산화 방지 및 당뇨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찜질방 옆에는 옥동굴체험장이 자리했다. 옥으로 만든 다양한 전시품을 관람하고, 옥 채취 작업 중인 갱도까지 둘러볼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또 전시관 중간 중간에 옥찜질 체험방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좋다.

○한옥에서 맞는 밤

온종일 혼자 지내다 보면 조금은 헛헛한 것도 사실. 이럴 땐 편안한 호텔보다 불편해도 푸근한 한옥이 위로가 된다. 춘천시 신동면 정족리에 자리한 김정은 고택(010-2582-2923)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68호로 관리, 보존되고 있는 전통가옥이다. 이 집이 체험숙박을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초기에는 100년 된 문화재 정도로만 알려졌으나 블로그(blog.naver.com/jawana)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말이면 예약이 넘쳐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문간방, 별채 등 4개 건물로 이뤄졌다. 이 중 안채엔 집주인이 살고 사랑채와 문간방의 방 3개를 내어 최대 8명의 손님을 받는다. 숙박비는 방 종류와 인원에 따라 8만~16만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한옥 카페를 함께 운영하므로 숙박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러봄직하다.

춘천시 서면 서상리의 나비야 게스트하우스(춘천게스트하우스.com)는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맨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앞마당. 주인(011-377-2402)이 직접 가꾸고 꾸민 소담한 풍경에서 은근한 위로가 느껴진다. 입구며 방문 앞에 적힌 글귀도 인상적이다. 객실은 5개. 둘은 각각 남자 손님과 여자 손님을 위한 6인실 도미토리로, 나머지는 2인실(최대 4명 숙박 가능, 1인 추가 시 5000원)로 운영 중이다.

춘천역과 몇몇 관광지를 중심으로 픽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간단한 아침도 준비해준다. 저녁에는 신청자에 한해 불을 피워 닭갈비 파티를 열어준다. 숙박료는 도미토리 1인당 2만원, 2인실 5만~7만원.

춘천 = 박은경 여행작가 eungong@kn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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