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고혈압약을 먹지 않으셨네요"
스마트헬스는 지금 어디까지 발전해 있을까. 최신 동향을 이 분야 전문가인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최윤섭 바이오메디칼 인포매틱스 팀장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다. 최 팀장은 포스텍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공부한 후 동 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스탠퍼드대와 포항생명공학연구센터,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를 거쳐 올 4월 KT종기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www.yoonsupchoi.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분야의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심전도·혈압 측정
스마트기기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들은 운동량 측정을 벗어나 보다 전문적인 건강 지표를 측정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만든 ‘스파이로스마트(SpiroSmart)’라는 앱은 스마트폰에 기본 내장된 마이크를 이용해 폐 관련 질환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앱을 켜고 크게 숨을 뱉어내면 된다. 그러면 폐활량을 측정해 천식이나 만성폐색성폐질환, 낭포성 섬유증 등의 폐 질환 여부를 진단해준다. 52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상업용 휴대 폐활량 측정기와 비교했을 때도 5.1% 정도의 차이만 나 높은 정확성을 보였다.
아이폰에 연결하면 병원에서처럼 심장박동 그래프를 보여주는 ‘아이폰 ECG 하트 모니터’도 개발돼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모습은 그냥 아이폰 케이스처럼 생겼다. 케이스처럼 아이폰에 꽂은 뒤 양 끝에 부착된 전극에 손가락을 갖대 대면 아이폰 화면에 심전도가 표시된다.
이를 개발한 주디 웨이드 얼라이브코 최고경영자(CEO)는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은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받을 때는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심전도를 기록해 전송해 놓는다면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스마트폰에 연결해 혈압과 포도당을 재는 ‘위딩스 스마트 혈압 측정기’ ‘iBG스타 혈당측정계’ 같은 기기들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유전 정보에 따라 ‘맞춤 광고’
앞으로는 자신의 유전자에 맞는 ‘맞춤 광고’를 받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벤처기업 ‘미이놈’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자 주도의 유전정보 거래소를 만드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자신의 유전 정보를 제공하면 그에 맞는 제품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유전 정보를 해독한 결과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에겐 발모제나 가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스파와 요가 등의 정보나 광고를 보여준다.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에 맞는 유제품, 비만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각종 다이어트 용품이나 운동 관련 서비스, 저지방 음식 등을 소개해준다. 물론 미이놈은 이용자가 자신의 유전 정보 중에 어떤 데이터를 공개하고, 또 어떤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을지 선택권을 주고 있다.
○똑똑해지는 약
스마트헬스 시대에는 약도 똑똑해진다. 환자들이 약을 처방해준 대로 정확하게 먹지 않는 것은 의사들의 큰 고민 중 하나였다. 불규칙적으로 약을 먹거나 하루 이틀만 먹고 안 먹으면 제대로 치료 효과가 안 날 뿐 아니라 항생제 같은 경우엔 내성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는 약에 붙일 수 있는 모래알 크기의 소화 가능한 센서를 개발했다. 종합비타민제에 들어있는 구리와 마그네슘으로만 만든 이 센서는 위액과 반응하면 1.5볼트 정도의 미세한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 전류를 몸에 붙인 패치로 감지해 언제 약을 먹었는지 기록으로 남기게 하는 방식이다. 이 센서는 작년 7월 FDA의 승인을 받았다.
약 상자와 약통이 똑똑해지는 방법도 있다. 메드마인더가 만든 ‘스마트 약 상자’는 복용해야 할 약을 요일별, 아침·점심·저녁·취침 전으로 구분한 칸에 넣어두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알람이 울린다. 뚜껑을 열 때 환자가 열지 않거나 엉뚱한 칸의 뚜껑을 열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연락이 가는 기능도 있다. 간단히는 약 먹을 시간이 되면 약이 들어있는 통에서 알람이 울리고 빛이 나는 바이탈리티의 ‘글로우캡’ 같은 제품도 개발돼 팔리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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