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국내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대표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였던 앤 워지치키가 만든 ‘23앤드미(사진)’는 99달러(약 11만원)만 내면 간편하게 키트에 침을 뱉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사가 아니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직접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SK케미칼과 디엔에이링크, 유한양행과 테라젠이텍스, 마크로젠 등이 상용화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소비자와 서비스를 직접 이을 수 없어 규제를 풀기 전까지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가 원거리에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원격 진료와 관련된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내 의료법 34조1항에 따르면 의사와 환자간 원격 진료는 불가능하고 의사와 의사간 의료지식·기술지원만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는 원격진료가 합법이며 군대 교도소 등 특수한 분야에까지 적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진료사고에 대한 우려, 소비자 저항감과 의료계와 보험사 간 이해관계 대립이 넘어야 할 벽이다.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의 최윤섭 헬스케어그룹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 팀장은 “미국은 의료보험 민영화 등 의료 시스템의 자체적인 모순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헬스케어 분야 혁신이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는 상대적으로 보험제도를 포함한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혁신 서비스 도입·개발 동인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세대 먹거리인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애플 구글 삼성전자 퀄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까지 뛰어드는 등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영욱 GE헬스케어 상무는 “스마트 헬스케어와 관련된 규제를 재검토해 불필요한 내용, 혁신의 발목을 잡는 내용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클라우드 시스템 활용 등 IT를 의료에 접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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