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헬스케어 발목잡는 규제들…원격진료는 아직 '불법'…유전자검사도 의사만 가능

입력 2013-10-22 06:58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2월 아무런 질환이 없는 ‘멀쩡한’ 유방을 절제해 화제가 됐다. 그가 절제 수술을 받은 이유는 유전자 분석 결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졸리는 “어머니가 10년간 암과 투병하다가 50대에 세상을 떠났다”며 “미리 암을 예방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국내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대표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였던 앤 워지치키가 만든 ‘23앤드미(사진)’는 99달러(약 11만원)만 내면 간편하게 키트에 침을 뱉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사가 아니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직접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SK케미칼디엔에이링크, 유한양행테라젠이텍스, 마크로젠 등이 상용화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소비자와 서비스를 직접 이을 수 없어 규제를 풀기 전까지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가 원거리에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원격 진료와 관련된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내 의료법 34조1항에 따르면 의사와 환자간 원격 진료는 불가능하고 의사와 의사간 의료지식·기술지원만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는 원격진료가 합법이며 군대 교도소 등 특수한 분야에까지 적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진료사고에 대한 우려, 소비자 저항감과 의료계와 보험사 간 이해관계 대립이 넘어야 할 벽이다.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의 최윤섭 헬스케어그룹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 팀장은 “미국은 의료보험 민영화 등 의료 시스템의 자체적인 모순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헬스케어 분야 혁신이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는 상대적으로 보험제도를 포함한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혁신 서비스 도입·개발 동인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세대 먹거리인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애플 구글 삼성전자 퀄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까지 뛰어드는 등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영욱 GE헬스케어 상무는 “스마트 헬스케어와 관련된 규제를 재검토해 불필요한 내용, 혁신의 발목을 잡는 내용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클라우드 시스템 활용 등 IT를 의료에 접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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