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인세율 단일화, 서둘러야 할 과제

입력 2013-10-22 21:40   수정 2013-10-23 04:48

"법인세 내려 기업 경쟁력 높이고
경제성장·투자유치로 세수 늘려야
저성장은 규제 늘리는 정치권 탓"

곽태원 <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



국정감사에서 부총리가 법인세율 단일화를 중장기 정책방향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 세부담은 늘어나고 대기업 세부담은 줄어들 것이라는 게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좀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법인세의 낮은 세율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후 소득의 불균등 완화가 목표라면 그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법인세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중소기업 주주 중에도 거부들이 있고 대기업 주주들 중에는 무수한 ‘개미’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득재분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조세수단은 개인소득세뿐이다. 중소기업은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따뜻한 생각 같지만 깊이는 모자란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건강하지 못한 기업은 사회에 누를 끼치는 존재여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어설픈 온정주의는 시장의 선별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그러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은 작은 규모에서 시작한다. 이런 기업들은 일정 기간의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진세율제도는 이런 목적의 지원수단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이미 다양한 창업지원 장치들이 있다. 아직 부족하다면 기존의 제도들을 정비 보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누진세율구조를 포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득은 법인세 세율 수준을 더 낮출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세수를 감소시켜 복지예산을 줄일 뿐 아니라 전형적인 부자감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최근 30여년간 경험한 세율과 법인세수 간의 역사적 관계는 매우 분명한 마이너스 기울기를 나타낸다. 세율은 가파른 하향추세를 보이는데 이 기간 중 법인세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다. 개별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법인세율의 상대적 인하가 기업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해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이것 때문에 전반적인 조세 베이스가 커져서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의 세수증대까지 생겨난다는 점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법인세는 현대 국가가 사용하고 있는 세목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조세라는 것은 이미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보다 꽤 낮지만 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한다. 우리 재정에서 법인세의 역할을 줄이는 것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소위 부자감세 주장과 관련해 법인세가 부자 자본가의 소득을 삭감하는 수단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다국적 기업의 국제적인 이동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에 입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면 국내 기업이나 외국 기업을 막론하고 한국을 떠나는 기업이 많아진다. 그 결과는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으로 나타난다. 특히 중저소득계층 근로자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법인세의 실제 부담은 대기업의 부유한 자본가가 아니라 중저소득 근로자들에게 대부분 귀착된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의 단일화와 세율 수준의 하향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것이 아니라 서둘러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규제합리화와 노동시장 정상화도 물론 함께 해야 한다. 저성장의 책임은 투자하지 않는 기업보다 투자를 밀어내는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곽태원 <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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