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에서 비교하는 장점 반면 보험 소비자 피해 우려도 함께 커져
보험사마다 다른 상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독립법인대리점(GA)이 늘어나고 있다.
모집인 수가 1만명이 넘는 대형 GA가 출현하면서 기존 보험사의 영업력을 위협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는 GA를 자회사로 설립, 틈새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반면 영세 GA의 난립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모집인 500인 이상 GA에 대해 경영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 '1만명 모집인' GA 시대…보험사 아예 GA 자회사로 설립
올해 모집인 수가 1만명을 넘은 대형 GA는 글로벌에셋코리아(약 1만2000명)와 프라임에셋(약 1만1000명) 등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금융판매 및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 유퍼스트보험마케팅 등도 4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아예 GA를 자회사로 설립하기도 한다. 최근 라이나생명보험은 '라이나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세계적 보험기업 시그나의 한국법인인 라이나생명은 50억원을 자회사에 투자했다. 자사 및 타사 보험을 전통적 GA방식 뿐만 아니라 텔레마케팅 및 하이브리드형, 프랜차이즈형 등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라이나금융서비스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상용 전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은 "경쟁력 있는 영업조직을 만들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 대우를 하겠다"면서 "라이나생명의 보장성 보험과 다른 보험상품간 판매조합을 통해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해 내겠다"고 밝힌바 있다.
◆ 영업력 점점 커지는 GA…보험업계 부작용도 부각
국내 보험사가 GA 자회사를 세운 첫 사례는 2004년 푸르덴셜생명의 '지브럴터마케팅컴퍼니'였다. 이어 메리츠화재와 AIG손해보험이 각각 2009년, 2012년에 ‘컴퍼스어드바이저’와 ‘메리츠금융서비스’자회사를 설립했다.
고객입장에서 GA는 다양한 보험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특히 보험상품은 보장내역 및 보장한도, 가입기간, 보험료 등 따져봐야할 조건이 수십가지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GA가 늘어나면서 관련 부작용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요즘은 GA가 보험사에 먼저 접촉해 자사 보험상품을 더 많이 권유해줄테니 수수료 수익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귀뜀했다.
실제 GA 대형화로 영업력이 높아지면서 보험사와의 수수료 협상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GA를 자회사로 두면 모회사의 영업 노하우를 부담없이 전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틈새시장에 대한 새로운 판매전략을 함께 짤 수 있다"면서 "특히 GA와 수수료 분담 이슈가 발생하지 않아 장기적 전략을 새울 수 있다"고 밝혔다.
◆ 보험소비자 피해 우려…금융당국도 GA 의무 강화
국내 GA 중 모집인 100명 이하의 영세업체가 대다수라는 점도 소비자 피해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국내에서 설립된 법인대리점은 모두 4577곳. 이 중 96%에 달하는 4392곳은 모집인이 100명이 채 안되는 소형점이다. 500명을 넘는 대형 GA는 29곳에 불과하다.
영세 GA에 보험설계 무자격자 모집인이 많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설계사 자격이 없는 모집인이 자격 설계사 이름만 빌려 보험 상품을 판매한 뒤 수당을 챙기는 사례가 많다. 이른바 '바지사장'의 명의로 GA를 설립한 뒤 수당만 챙기고 도주하기도 한다. 이같은 무자격 '철새 모집인'들에게 보험을 들 경우 향후 보험 관리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20일 금융당국은 이같은 수법으로 불법수수료를 챙긴 사랑에셋, 해담, 하이스트 등 국내 GA 3곳에 등록 취소라는 철퇴를 내린바 있다. 자기계약 수법이 과도하게 불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설계사나 친인척 명의로 보험상품을 판 뒤 일정기간 후 다시 해약하는 수법으로 수수료를 챙긴 곳들이다.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GA 관련 경영공시를 더욱 강화했다. 소비자 보호강화를 위해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영공시 항목에 판매실적과 수수료 수입현황, 소속 설계사 정착률 등을 추가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기존 경영공시 항목은 대표·임원 정보, 불완전판매비율 등 기본적 항목 밖에 없어 GA의 경영 투명성을 알기 힘들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금융위 보험과 관계자는 "보험 소비자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최근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500인 이상 GA에 대한 경영공시를 강화했다"면서 "향후 500인 이하 GA에 대해서도 경영공시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토록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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