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의 위기를 맞은 KT가 2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성낙일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성 교수는 "여론 형성이나 다양성을 왜곡하는 현상은 콘텐츠를 생산, 편집하는 단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로 시청점유율을 통해 사전 규제하고 있다"면서 "IPTV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방송 프로그램 편집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고, 여론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역별로 5~6개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특히 합산 규제를 실시할 경우 유료방송 디지털화가 지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디지털TV 보유가구 비중은 6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중 23위에 불과하다는 것. 위성방송, IPTV와 SO가 경쟁하지 않고 보호받을 경우에 디지털화는 더 늦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KT가 합산규제 반대론자인 성 교수를 초청해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그만큼 다급한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미디어그룹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합산 규제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국회에서는 KT IPTV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 서비스를 합쳐서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는 '합산규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케이블과 IPTV는 시장 점유율 등 규제를 받지만, 위성방송은 방송법과 IPTV법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아 가입자 제한이 없다. 유료방송인 위성방송까지 시장 점유율 규제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주무부처인 미래부 최문기 장관도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회기 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KT는 합산규제가 실시될 경우 가입자 수를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3분의 1까지만 확보할 수 있다. 지난 6월 기준 KT와 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은 26.5%다. 특히 KT는 IPTV와 스카이라이프를 결합한 서비스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를 만들어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늘려왔다.
KT 측은 합산규제에 반대한다는 움직임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 이날 성 교수는 "통신사들의 결합상품 판매에 대해 이미 많은 규제가 있고, 그 틀 내에서 해결할 일"이라며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장점유율 잣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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