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영화이긴 하지만 외계인이나 비행접시가 등장하지 않는다. 광선검을 비롯한 첨단 신기술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두 명의 배우가 파괴된 인공위성 잔해물을 피하기 위해 사투하는, 단조로운 플롯이다. 할리우드 흥행 공식과는 동떨어진 공상과학(SF) 스릴러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내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7일 만에 108만명을 모았다. 한국보다 2주 앞서 개봉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는 극장수입 2억89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제작비 1억달러를 훌쩍 넘긴 채 흥행 가도를 여전히 질주하고 있다.
이 영화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 우주선에 탑승한 라이언 박사(샌드라 불럭)와 함께 은퇴 비행을 하는 베테랑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임무를 수행하던 중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가 쏟아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조지 클루니와 샌드라 불럭이 우주의 경이로움과 함께 공포를 절묘하게 그려낸다.
샌드라 불럭은 고립된 인간의 내면심리를 잘 표현했다. 공포로 눈물방울이 무중력 공간에 날리는 장면은 뭉클하다. 그렇지만 흥행의 첫째 요소는 관객이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묘사한 3차원(3D) 영상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카메라가 인물과 선체를 가까이 따라다니며 놀랄 만한 3D 영상을 구현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우주영화”라고 칭찬한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사실적인 3D 영상에 후한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최근 방한한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CEO는 역대 최고의 3D영화로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와 함께 ‘그래비티’를 꼽았다. 영화를 본 관람객은 인터넷에 “3D 아이맥스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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