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원유 수출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관심사는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지식기반 경제체제로 이전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인구가 급증해 2030년에는 자국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80%를 국내에서 소비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 에너지 자원의 20%만을 수출할 수 있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이런 연유로 산업구조 다원화란 국가발전전략을 채택했으며 한국을 그 모델국가로 선정했다.
사우디는 대체에너지로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연평균 330일 이상이 맑은 사막 나라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막은 태양열 공급은 충분하지만 모래 및 습도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기술로 먼지 입자보다 작은 집광패널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1000억달러(약 110조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주택보급 및 기반시설에도 2300억달러(약 25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1세기 중동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한국은 사우디 산업인프라의 약 20%를 건설해 입지를 다져놓았다. 그러나 국내 업체 간 수주경쟁으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약진도 부담이다. 중국 기업보다는 품질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2009년 중국 기업이 라비흐 프로젝트를 수주해 17억2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시작한 것이 그 예다.
2030년까지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부을 사우디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혈경쟁 자제, 중국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 유지, 고부가가치산업 분야의 진출이 필수적이다. 이런 전략을 현실화할 때 1970년대 중동 사막에서 맨주먹으로 건설현장을 지켰던 숭고한 땀과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박상철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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