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년 전인 1783년 11월21일 오후, 파리 외곽의 불로뉴 숲.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하늘 높이 떠오르는 대형 풍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젊은 과학자와 육군 장교를 태운 이 기구는 900m 상공까지 날아올라 25분간 선회한 뒤 무사히 착륙했다. 최초의 열기구 유인 비행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 기구는 몽골피에 형제가 알코올에 적신 짚을 태워 기구 안의 공기를 데우는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이보다 1년 전에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앞에서 8분간 띄운 적이 있는데 그땐 사람이 아니라 양과 오리, 수탉을 바구니에 태웠다. 이들은 불 위에서 말리던 세탁물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엔 연기 덕분에 기구가 뜬다고 여겼다. 온도 변화 때문에 공기의 속성이 달라지는 원리는 나중에야 밝혀졌다.
헬륨이나 수소를 이용한 비행선은 이보다 70년 뒤인 1852년에 등장했다. 프랑스의 앙리 지파르가 지름 44m의 큰 자루에 수소를 채워 시속 10㎞로 비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람을 싣고 정기 항로에 취항했으니 세계 최초의 여객기인 셈이다.
가장 큰 비행선은 길이 245m에 최대 시속 135㎞였다고 한다. 1936년부터 독일과 미국을 10차례 오가며 승객을 1002명이나 수송했다. 이듬해 착륙 도중 36명이 죽는 참사 끝에 운항이 중단됐고, 이후 로켓 발사체처럼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과학을 연구하는 데에만 쓰이고 있다.
엊그제 미국 파라곤스페이스가 헬륨가스를 이용한 거대 풍선으로 성층권까지 가는 우주여행 상품을 내놨다. 8명이 축구장만 한 풍선을 타고 30㎞ 상공까지 올라 6시간 동안 대기권의 끝을 체험하는 데 드는 비용이 1인당 8000만원이라고 한다. 110㎞ 상공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버진 갤럭사의 탑승권 값은 이보다 세 배나 비싼 2억6000만원이니 일반인에겐 언감생심이다.
물론 2016년 상용화까지는 안전성 문제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고작 몇십m 상공에서도 열기구 사고는 자주 터진다. 얼마 전 터키에서 열기구 추락으로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집트에서는 폭발사고로 20명이 숨졌다. 현재 추진 중인 7~8개의 우주여행 상품이 비싼 이유도 천문학적인 안전비용이라고 한다.
인간이 불과 공기를 이용한 것은 구석기시대부터였다. 불은 열과 빛의 에너지를 통해 인류문명을 떠받친 원동력이었다. 생명력과 창조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제 ‘구름 위의 풍선’이라는 날개까지 달고 우주로 날아오르려 하니 인류 상상력의 끝은 대체 어디쯤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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