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뜻은 어렵지 않은데 서술이 잘 이해 안 될 때가 있다. 수학적인 용어로 쓰여 있어 말이 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수학개념이나 공식을 그대로 외우기보다는 좀 더 쉬운 말로, 내가 알 수 있는 평범한 말로 바꿔 공부해 보면 훨씬 수학 공부에 효과적이다.
x에 관한 항등식의 문제를 풀다 보면 “임의의 실수 x에 대하여 ~”라는 문장이 제시된다. “임의”라는 말이 조금 어려운데 “임의”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함”이라고 돼 있다. 따라서 “임의“로 하고 싶은 대상은 모두가 될 수 있으므로 “모든 실수 x에 대하여 ~”라고 쓸 수 있고, “어떠한 실수 x에 대하여 ~”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 사실 “x의 값에 관계없이~”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x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의의 실수 x에 대하여 ~” “모든 실수 x에 대하여 ~” “어떠한 실수 x에 대하여도 ~” “x의 값에 관계없이 ~”라는 문장은 전부 같은 말로 x에 관한 항등식을 표현한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이차부등식에서 “모든 실수 x에 대하여 ax²+ bx + c > 0 일 조건(단, a≠0 )”을 구하는 개념은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내용이다. 결론은 a> 0이고 D(판별식)<0이다. 과정을 살펴보면 ax²+ bx + c > 0 에서 좌변의 ax²+ bx + c을 y라 하면 우변의 0도 y가 된다.
즉 ax²+ bx + c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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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y
라 하면 y=ax²+ bx + c가 y=0보다 클 조건을 구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부등호 “>”의 뜻과 “y=0”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부등호 “>”는 “~보다 크다”의 뜻도 있지만 또 다른 의미로 “~위에 있다”라는 뜻이 있고, “y=0”는 다른 말로 곧 “x축”을 뜻한다. 따라서 y=ax²+ bx + c가 y=0보다 클 조건⇔ y=ax²+ bx + c가 y=0 위에 있을 조건⇔ y=ax²+ bx + c가 x축 위에 있을 조건
여기에서 모든 실수 x에 대하여 항상 x축 위에 있어야 한다. 더 쉬운 말로는 항상 x축 위에 부~웅 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림 1>은 x축 위에 부~웅 떠 있지 않고 오히려 x축과 만나고 있고 <그림 2>는 x축에 접해 있으며 오직 <그림 3>만 x축 위에 부~웅 떠 있다. 따라서 구하고자 하는 조건에 합당한 것은 <그림 3>이다. 그리고 x축 위에 부~웅 떠 있다. ⇔ x축과 만나지 않는다. ⇔ x축과의 교점이 없다. ⇔ 근이 없다. ⇔ 허근 ⇔ 판별식이 음수 ⇔ D<0 이다.
이렇게 수학의 형식적인 말을 내가 알고 있는 쉬운 말로 바꾸면서 공부하면 어려운 수학 개념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승민
<재미난 수학세계> 필자인 이승민 선생님은 중앙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보성여고에서 11년 동안 수학교사로 재직했으며 재능방송 제작팀장, 마인드맵 인스트럭터 등을 지냈다. 교육부 디지털교과서 개발위원, 국제수학경시대회(WMC) 출제위원, 배재대 수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화신교육그룹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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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 "Please~"…반말을 존대말로 바꾸는 '마법의 단어'
장유유서의 정신이 깃든 한국어에는 높임법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어미에 ‘~요’를 붙여 표현하는 간단한 존댓말은 물론 상대방의 지위나 나이에 따라 ‘(밥을) 먹다/들다/잡수다’와 같이 단어까지 구별해서 써야 할 정도로 엄격하다. 그러다보니 마치 높임법이 한국어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어법이고, 영어에는 높임법이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단히 큰 오해다. 영어에도 분명히 높임법이 존재하고,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표현을 가려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대학 시절 한 면접을 보던 중 있었던 일이다. 면접관 세 명에 지원자 세 명으로 이뤄진 면접이었다. 면접 자체는 한국어로 진행됐지만 영어가 중요한 분야의 면접이었기에 영어 자기소개 등을 종종 시키곤 했다. 면접관 중에서 가장 윗사람으로 보이는 나이가 지긋하신 한 면접관이 필자의 옆에 앉은 한 여학생에게 영어로 자기소개를 시켰다. 그 학생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거침없이, “Hi, everyone. My name is…”라고 매우 유창하게 자기소개를 해 나갔다. 그런데 자기소개를 시킨 면접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급기야는 찡그린 표정으로 그 여학생을 째려보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소개가 끝나자 그 면접관은 대단히 불쾌한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아니, 요즘 애들은 영어를 어디서 배우기에 이런 자리에서 ‘Hi, everyone’이라는 인사를 하나?”라고 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면접관은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며 일한 경력이 있는, 영어가 대단히 유창한 사람이었다. ‘Hi, everyone’과 같은 인사말은 우리들이 영어 회화학원에서 자기소개를 배우고 연습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이 면접관 입장에서 이 인사말은, 처음 보는 새파랗게 어린 대학생이 면접을 보는 대단히 엄격하고 무거운 자리에서 자신에게 “얘들아,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들렸던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Hello, sir.” 혹은 “How do you do?”와 같은 격식 있는 인사말을 사용해야 한다. 영어에도 분명히 반말과 존댓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한국어의 높임법에 대해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거의 모든 경우에 통용될 수 있는 마법과 같은 한 글자 ‘~요’이다. 물론 간혹 어색한 표현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말 끝에 ‘~요’를 붙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말투가 존댓말로 바뀌게 된다.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마법의 단어가 있다. 바로 ‘please’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존댓말을 가르칠 때 말 끝에 ‘~요’를 붙이는 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남에게 무언가 부탁을 하는 상황에서 ‘please’를 붙이는 것을 대단히 강조한다. 가령 “Pass me the salt.”는 “소금 좀 건네줘.”와 같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혹은 친구끼리 사용할 수 있는 반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뒤에 마법의 단어 ‘please’를 붙여 “Pass me the salt, please.”라고 하면 “소금 좀 건네주세요.”와 같은 존댓말로 바뀌게 된다.
박희성
‘맛깔난 잉글리시’ 필자 박희성 씨는 고려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메가유티 편입학원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7년째 에몽잉글리시(EmongEnglish.net)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서 ‘에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멘토이자 칼럼니스트로 많은 도움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에몽의 수능영어 독해기술』『에몽의 영문법의 재발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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