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펀드판매, 은행에 역전당하나

입력 2013-10-25 21:08  

환매 열풍에 7개월새 잔액 4.6%P 감소…은행과 점유율 격차 2%P


증권사들이 ‘텃밭’인 펀드 판매시장에서 또다시 은행권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순이익이 작년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란 설명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보유한 펀드 판매잔액은 84조7766억원으로, 전체의 47.9%를 차지했다. 2011년 12월(47.7%) 이후 최저치다. 증권사 펀드 잔액은 올 들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98조7226억원으로 전체의 52.5%를 점유했다가 7개월 만에 4.6%포인트 감소했다.

증권사에서 빠진 판매잔액은 상당 부분 은행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은행의 펀드 잔액은 올 1월 77조3607억원에서 8월 80조977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펀드 비중은 41.2%에서 45.7%로 4.5%포인트 증가했다. 올 1월 11.3%포인트에 달했던 증권사와 은행 간 판매비중 격차가 8월엔 2.2%포인트로 확 좁혀졌다. 2~3개월 내에 두 금융업권 간 점유율이 역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계속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신규 판매가 저조했다”며 “이럴 땐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윤상 한국투자증권 WM(웰스매니지먼트)전략부장은 “해외채권형 펀드 등 증권사들이 많이 취급한 투자상품의 환매가 크게 늘면서 잔액이 줄었다”며 “전통적인 펀드 대신 주가연계증권(ELS) 등 대안 상품 출시를 확대한 것도 배경 중 하나”라고 했다.

은행권은 적립식 펀드가 불티나게 팔리던 2007~2008년만 해도 전체 펀드 시장의 60%를 차지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립식 펀드의 손실이 커지고 증권사들이 채권형 펀드를 잇달아 선보이자 무게중심은 다시 증권사 쪽으로 이동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지원부장은 “증권사들이 지난 수년간 기관들을 대상으로 채권형 펀드를 많이 취급하면서 은행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 계좌 수 기준으로는 은행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은행의 펀드 계좌 수는 지난 8월 기준 1만763개로,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증권사의 펀드 계좌는 4142개(27.3%)에 불과했다. 은행에선 개인들의 적립식 펀드 계좌가 주종을 이룬다는 의미다.

변액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의 펀드 시장 확대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판매잔액이 지난 8월 기준 6조5448억원으로, 전체의 3.8%를 기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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