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첩보 당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장기 감청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당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를린을 찾은 올해 6월 직전까지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엿들은 정황도 포착됐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가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표적 명단에 'GE 메르켈 총리'로 표시됐다고 미 기밀문서를 토대로 보도했다. GE는 독일을 의미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과거 표기방식이다.
메르켈 총리는 야권 정치인 시절인 2002년부터 10년 이상 NSA의 감청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0년 독일기독교민주동맹(CDU·기민당)의 첫 여성 당수로 주목을 받았고 2005년 총리로 선출됐다.
또 올해 6월 18∼19일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 최초로 베를린을 국빈 방문하기 수주 전까지도 메르켈 총리는 NSA 감청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메르켈 총리에게 "현재 전화를 엿듣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과거의 무단 감청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피해 의혹을 남겼다.
슈피겔은 전 미국 방산업체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미 첩보 당국의 기밀 파일을 토대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법 감청 의혹을 보도했다. 슈피겔은 그러나 미 당국의 구체적 감청 행태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한편 26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중심가에서는 시위대 수천명이 의회 건물로 행진을 벌이며 미 당국의 도·감청 정책에 항의했다. 행진에는 시민·정치 단체 100여곳이 참여해 감청 작전에 대한 투명성과 사생활 보호를 요구했다. 이들은 57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의회에 전달했다.
한경닷컴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