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을 10년 이상 장기 감청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전 미국 방산업체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메르켈 총리의 휴대폰 번호가 야권 정치인 시절인 2002년부터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명단에 올랐다고 전했다. NSA는 베를린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스파이 지부를 차리고 첨단장비로 독일 정부 청사를 감청했다.
슈피겔은 특히 지난 6월18~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를린을 국빈 방문하기 전까지도 감청 명단에 메르켈 총리가 올라 있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 감청 행태에 대해선 대화 내용을 녹음했을 수도 있고, 누구와 전화했는지 등의 통화 정보만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메르켈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전화를 엿듣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과거 감청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피해 의혹을 남겼다. 이번 사태로 미국과 최악의 외교 갈등을 겪게 된 독일은 조만간 정부당국자를 미국에 보내 감청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NSA가 한국에 대해서도 도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NSA 도청 특종으로 유명한 전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가 곧 한국에 대한 NSA의 도청 기록을 정리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고 지난 25일 보도했다.
NSA가 독일 멕시코 브라질 등의 각국 정상 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에 대한 도청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한·미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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