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칼럼] (4) 피노키오, 이규형, 그리고 서태지

입력 2013-10-28 09:31   수정 2013-10-28 11:56

“먹고 싶은 것이랑 놀고 싶은 놀이랑 모두모두 할 수 있게 해줄래”
 
아이는 피노키오가 부럽다. 영어 공부하고 학원 가느라 바쁜데 피노키오는 마음껏 놀며 말썽도 부리고 장난감 나라도 갈 수 있으니. 아이는 피노키오가 엄마, 아빠에게 자기 얘기를 전해주면 좋겠다. 꼭두각시처럼 살지 않게 해달라고.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건데”
 
아이는 어른들에게 용기 내어 말해본다. 어른들은 내 마음을 아무 것도 모른다고. 부족한 것 없이 받고 있지만 사실 마음이 아프고 외롭다고.
 
“됐어. 이젠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아이는 매일 아침 조그만 교실로 들어가 구백만 아이들과 똑같이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한다. 시꺼먼 교실에 모두 잡아먹힐 것만 같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외친다. 이제 그런 가르침은 그만두라고.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동요 ‘피노키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서태지와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를 기억할 것이다. 가사의 의미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흥얼거리기도 했고 때로는 절절하게 공감하며 듣고 봤던 노래와 영화들.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이 문화는 내 마음을 세상에 알려주는 대변인이 되어 주기도 했고 또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른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한다고 배우던 시절 나에게 내 생각과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고 알려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어른들은 저항 또는 반항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나의 고민과 어려움을 밖으로 드러내는 고백이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였다. 요즘 아이들은 무슨 노래를 듣고 어떤 문화를 접하며 자라날까? 아이들은 어떤 고백을 하고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창작동요제는 폐지되고 성장드라마와 하이틴 영화도 사라지고 대중가요 가사는 온통 ‘섹시’와 ‘베이비’ 뿐인 이 시절에.
 
아이들을 위한 노래도 문화도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세상을 사는 약한 존재일 뿐이다. 권리라는 말의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 노래와 영화를 통해 권리를 배웠듯이 아이들은 그들만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다. 서태지와 이규형 감독이 그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아이들 자신의 목소리와 마음을 담은 문화를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요즘 어른들이 그토록 걱정하는 인성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아이들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인성이 바른 아이로 자라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른들의 불가능한 욕심이다. 인성은 밥상머리교육이나 예절 교육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마음껏 놀고 마음껏 노래하며 문화를 누리는 것이 먼저다. 지금 우리 아이가 듣고 있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책은 무엇인지 그 관심에서부터 시작해보자.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이선영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바른인성함양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키우는 인성나무] 캠페인:
 
http://campaign.childfund.or.kr/campaign/camRunningView.do?campaignSearchBean.cpId=10000248&campaignSearchBean.currentPage=1&campaignSearchBean.cpIconCd=
 
후원문의: 1588-1940
 
홈페이지: http://www.childfund.or.kr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48년부터 65년간 어린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국내외 어린이 5만 5천여 명을 돕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동권리옹호와 관련한 캠페인 및 교육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어린이재단의 대표 상징인 ‘초록우산'은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호하고 도와줄 친구’라는 뜻이다. 태명후원 캠페인에 참여하면 아프리카 아동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식수·교육·의료 지원 사업을 후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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