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금리 연 9.8%로 4%포인트 급등
이 기사는 10월24일(14:0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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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이 발행한 채권이 기관투자가 간 시장에서 연 10%에 근접한 금리에 매매됐다. 잔존만기가 8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투기등급 회사채에 해당하는 거래금리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한 증권사는 전날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71-1회 채권 액면 31억원어치를 장외시장에서 다른 증권사에 매각했다. 매매가격은 액면 1만원당 평균 9717원이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거래금리로 환산하면 연 9.8%에 해당한다. 만기는 내년 6월27일, 표면금리는 연 4.95%다.
한진해운 채권의 이번 거래금리는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BB-' 회사채 평가금리 평균(1년 만기)인 연 6.3%도 크게 웃돈다. 한진해운의 현재 신용등급은 'A-',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기관 간 거래금리는 해당 회사채의 ‘벤치마크(기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투자자들(장내매매)과 달리 거래 단위가 크고, 신용 위험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와 채권평가사들이 회사채를 평가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이유다.
한 채권중개 담당자는 “증권사 간 거래는 다양한 목적으로 이뤄지지만, 거래금리는 내부 감사 대상이기 때문에 시장 합의 수준의 금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관들이 한진해운 71-1회 채권을 가장 최근 장외시장에서 거래한 것은 2년여 전인 2011년 7월8일이다. 당시엔 100억원어치가 연 5.1%에 거래됐다. 지금보다 4%포인트 이상 낮다. 당시 국고채 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급격하게 높아진 셈이다. 올 들어선 해운업체 채권의 기관 간 거래 자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업계 3위 STX팬오션이 지난 6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한진해운은 업황악화와 차입금 부담 확대를 해소하기 위해 영구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정부의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인 신속인수제도 신청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현재 4억달러 규모 영구채 발행을 위해 은행들과 보증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며 “내년엔 신속인수제도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총차입금은 지난 6월 말 현재 8조7159억원(별도재무제표)이다. 자기자본 1조2911억원의 7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반면 올 상반기 순손익은 1422억원 적자로 3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775%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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