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찬 장암칼스 회장 "멀리건 절대 안받아…경영도 원칙대로"

입력 2013-10-30 21:28   수정 2013-10-31 05:01

골프로 배우는 인생 - 구연찬 장암칼스 회장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컨트롤 가능하죠
하루에 같은 홀서 이글 2개 잡은 진기록도



[ 서기열 기자 ]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골프를 칠 때 첫 번째 원칙이 룰을 지키는 것입니다. 멀리건(무벌타 티샷)을 하나도 받지 않고 룰대로 쳐서 공을 홀에 넣었을 때 자부심을 느끼죠. 골프에서 룰을 지키는 습관을 배우고 이를 회사 경영에도 적용해왔습니다.”

구력 27년의 구연찬 장암칼스 회장(70·사진)은 자신의 골프철학과 경영철학으로 원칙주의를 강조했다. 30일 서울 영등포 장암칼스 본사에서 구 회장을 만나 골프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들어봤다.

구 회장은 종합상사인 동방물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한화물산 등을 거쳐 1981년 장암상사(현 장암칼스)를 설립했다. 32년 동안 자동차, 제철제품 등에 들어가는 특수 윤활유를 생산하는 한 우물만 팠다. 450여종의 특수 윤활유를 생산하는 장암칼스는 지난해 매출 250억원을 올려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경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을 작년까지 5년 연속 수상했다.

구 회장은 골프가 대중화되기 전인 1976년 5월 초 선배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그는 “한국플라스틱에 다닐 때 3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 명동 초동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땐 ‘왜 배워야 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 예찬론자가 됐다.

“골프가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운동은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거나 상대를 공격해 이기는 운동인데 골프는 혼자서 공을 홀에 넣는 운동이잖아요. 등산으로 정상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쾌감처럼 공을 홀엔 넣었을 때 아찔한 스릴을 느꼈습니다.”

초기에는 주말마다 골프장을 찾았다. 구 회장은 “1970년대 중후반에는 서울시내와 인근 골프장이 서울CC, 관악CC 등 11개밖에 없었다”며 “일요일에 부킹한 사람이 100여명에 불과해 하루에 36홀씩 돌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구 회장은 특별한 기록도 갖고 있다. 홀인원은 아직 한 번도 못해봤지만 이글은 20여번을 기록했다. 그는 “1978년 8월6일 용인CC에서 36홀을 돌았는데 17번홀(파5)에서 이글을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기록했다”며 “생일이었는데 하루에 한 번하기도 힘든 이글을 두 번이나 잡으니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골프의 매력에 푹빠진 구 회장은 40대 초반 한화물산에서 일할 때 베스트스코어 75타를 칠 정도로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90타 안팎을 치는 보기플레이어다. 뚜렷한 원칙이 있어서다.

“라운드할 때 멀리건을 절대 안 받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니 있는 그대로 점수를 다 적습니다. 한 번은 파3홀에서 OB를 3번 내서 9타로 홀아웃한 적도 있어요. 스코어는 나쁠지 몰라도 깨끗하게 쳤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특수 윤활유를 국산화하기 위해 오래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썼습니다. 실제로 사용한 사례가 있어야 우리 제품을 쓸 수 있다고 하길래 오랫동안 연구해서 대우자동차부터 뚫어냈습니다. 이후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기아자동차도 저희 제품을 쓰게 됐죠. 골프에서 배운 원칙론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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