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아동 행동과 비스페놀A 연관없어…식품으로 섭취때 대·소변으로 배출

입력 2013-10-31 06:58   수정 2013-10-31 10:07

아는 만큼 건강해진다 - 비스페놀 안전성 논란

통조림에서 검출된 BPA…일일섭취량 미달, 안전수준
컵라면, 폴리스틸렌으로 제작…비스페놀A 검출될 수 없어



[ 이준혁 기자 ]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최윤경 씨(37)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다. 통조림캔 등에 함유된 비스페놀A(BPA)가 어린이 학습능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뉴스가 논란을 빚고 있어서다.

캔제품을 둘러싼 유해 논란이 번지면서 캔제품 구매를 꺼리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비스페놀A 함량이 기준치 이하로 안심해도 된다고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보건당국이 ‘통조림 안전 가이드’까지 내놓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과연 캔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일까.

○학습능력 저하와 무관

전문가들은 학습능력 저하 등 아동 행동과 비스페놀A가 연계돼 있다는 일련의 주장에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홍순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이의 불안, 우울, 집중력 부족이나 산만함, 학습 곤란 등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비스페놀A 노출만을 걱정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린이 행동 및 지적 장애는 모체의 태중에서부터 성장기를 거쳐 장기간 다양한 요소에 의해 유발되는 장해다. 따라서 한 가지 요소만으로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상희 세계보건기구(WHO) 식품안전성 전문위원(호서대 교수)은 “2010년도 WHO에서 이뤄진 BPA 인체건강 영향평가에서도 단면적 역학조사 결과와 인체 건강장해 상관성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동일한 의견으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통조림 속 BPA, 인체 유해성 낮아

흔히 비스페놀A가 원료인 에폭시 수지는 통조림캔 내부의 부식을 막기 위해 코팅제로 사용된다. 통조림의 보관상태나 기간에 따라 캔이 부식되면서 비스페놀A가 용출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통조림에서 BPA가 검출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식약처는 통조림에서 검출된 BPA 양은 0.0041~0.281ppm으로 국내 통조림 용기 BPA 용출기준인 0.6ppm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실시된 국내 유통 통조림식품 BPA 함유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3개의 제품 중 가장 많은 양의 BPA가 검출된 것이 오렌지주스다. 이 경우에도 최대 검출량은 0.017㎎에 불과했다. 몸무게 60㎏의 성인이 매일 176캔 이상을 먹어야만 인체 안전기준치에 도달할 수 있는 양이다. BPA의 인체안전기준치(하루섭취허용량 TDI)는 0.05㎎이다. 이병무 한국독성학회장(성균관대 약학과 교수)은 “국내 급식용 통조림에서 가장 많은 비스페놀A가 검출되는 꽁치 통조림조차 캐나다의 하루 인체허용기준(25㎍/㎏)과 비교할 때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컵라면도 비스페놀A 검출 안 돼

문정숙 한국피씨비피에이협의회 사무국장은 “직장인이나 가정주부들이 많이 걱정하는 컵라면은 폴리스틸렌(PS)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BPA가 검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품 등을 통해 섭취되는 BPA의 상당수가 체내에서 대사된 후 대·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식품으로 섭취될 우려가 있는 BPA에 대해 용출 기준을 유럽연합과 동일한 0.6ppm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단순히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거나 동물실험 결과 일부 이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해당 물질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며 “BPA 노출이 우려된다면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거나 끓는 물로 소독하지 말고 통조림 식품을 캔 자체로 직접 불에 조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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