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마약 딜러 같은 취급을 받느니 이참에 회사를 국외로 다 옮기고 주요 임원은 싱가포르 같은 곳으로 다 이민가라. 그런 정도의 각오로 안 싸우면 게임산업은 정부한테 얻어맞고 국회한테 암바(arm bar) 걸려서 죽는다.”
게임을 마약 술 도박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중독법)을 두고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사진)가 지난 29일 트위터를 통해 독설을 날렸다.
그는 “인류가 창조한 모든 게임은 중독적인 요소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나도 어린 시절 딱지치기에 중독돼 밤잠을 설친 적이 많다”며 “세상 어느 곳에도 게임 세금이라는 것은 없다. 진정 창조경제 화두는 ‘창조적 삥뜯기’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것일까?”라고 했다.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와 벤처투자 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문 대표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1988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를 거쳐 1996년 미국에서 유학하다 미국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벤처스에 입사하면서 일본 소프트뱅크와 인연을 맺었다.
잠잠하던 게임업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1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 매출의 1% 이하에서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을 부과하고 청소년의 게임 셧다운제 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게임업계가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가까스로 봉합돼 가던 게임업계와 정치권의 갈등은 지난 10월 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된다”고 발언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게임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중독법은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홈페이지에 조기를 걸었고 중독법 반대를 위한 온라인 서명에는 현재 7만2526명이 참여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4대 중독관리법 공청회에서도 게임업계는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는 다른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인정해주기 바랐지만 신 의원 등은 산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중독 문제만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법안 강행을 시사했다.
게임업계는 “우리 10만 게임산업인은 마약 제조업자가 아니다”며 “여성가족부에 이어 보건복지부까지 규제 권한을 갖겠다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습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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